백업인생아듀!…이젠김두현시대

입력 2008-06-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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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울렁증이라도 있는 것일까. 평소 밝은 얼굴이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굴이 굳어지는 순박한 프리미어리거. 해트트릭을 하고도 후배에게 공을 돌릴 줄 아는 겸손한 청년. 바로 김두현(26·웨스트 브롬위치)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두현은 14일 밤(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원정 경기에서 생애 첫 A매치 해트트릭을 세우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히어로’ 김두현은 “내일(16일)이 아내 생일이고 다음 달 말 아기가 태어나는데 값진 선물을 한 것 같아 기쁘다. 3번째 골은 (박)주영이 덕분이다. 감독님이 주영이에게 페널티킥을 차라고 했는데 주영이가 양보를 해줬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작지만 대범했던 아이에서 최고의 K리거로 175cm, 66kg. 축구 선수치고는 평범한 체격이지만 김두현은 뛰어난 발재간과 영민한 플레이로 어려서부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2001년 통진종고 졸업과 함께 김두현을 스카우트한 당시 수원 삼성 김호 감독(현 대전 감독)은 “작지만 영리하고 대범했다. 개인 플레이가 가능한 훌륭한 미드필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컸다”고 회상했다. 수원 삼성의 미드필드 플레이를 보면서 성장을 거듭했고, 수준 높은 패스 감각에 눈을 뜨면서 고종수를 잇는 대형 플레이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K리그 우승과 함께 베스트 11에 뽑힌 그는 팬들에게 환상적인 패스와 중거리 슛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2005년 여름 거액의 연봉을 받고 성남으로 둥지를 옮긴 후에는 더욱 빛을 발했다. 김두현은 성남에서 3시즌을 뛰며 82경기에 출전, 17골 9도움을 올렸고 2006년에는 팀 우승을 이끌며 K리그 MVP에 꼽히는 영광을 안았다. ○최고의 K리거,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벤치 신세 김두현은 K리그에서 항상 최고였지만 대표팀에서는 벤치 신세였다. 박지성 때문이다.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좌우 윙 포워드를 맡았기에 김두현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대표팀이 소집될 때면 늘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 관한 것이었다. 그 때마다 김두현은 “경쟁은 늘 있는 일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무던히 애를 태웠을 법도 하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작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박지성이 무릎 수술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때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갑내기 김정우(성남)에게 밀렸다. 김정우는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기용됐으나, 당시 소속팀 J리그 나고야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모습을 본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김두현은 박지성에 이어 김정우에게도 밀렸다. ○최고의 프리미어리거 꿈꾸다 박지성의 부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두현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에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찾아올 지 기약할 수 없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그리고 기어코 기회를 붙잡았다. 그것도 해트트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전 후 “김두현의 컨디션이 오늘처럼 정상이라면 얼마든지 박지성과 함께 기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두현은 이에 만족하지 않을 태세다. 최근 웨스트 브롬위치로 완전 이적한 김두현은 프리미어리거로서 성공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당면 목표는 다음 시즌 풀타임 프리미어리거가 되는 것이다. 김호 감독은 “공격으로 전환할 때 순간적인 판단력만 보완한다면 수준 높은 미드필더가 될 수 있고, 이는 곧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조언했다. 아슈하바트(투르크메니스탄)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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