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로 향하면서 나름대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포르투갈이 이미 8강에 진출했지만, 열광하는 팬들의 기대와 성원 때문에 혹시나 크리스티나 호날두를 출장시키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포르투갈은 예상보다 더 많은 베스트 멤버를 쉬게 하는 전략으로 스위스전에 임했다. 첫 경기인 터키전 스쿼드와 비교하면 무려 8명이나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또한 전반 41분 왼쪽 수비수 페레이라를 교체하는 것을 보면서 스콜라리 감독의 배려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전반 35분경 스위스 공격수 베라미의 역습상황에서 페레이라가 위험한 파울로 저지해 경고를 받았다. 경기상황 중 일어날 수 있는 파울의 하나였으나 치료를 위해 경기가 지체됐고,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시간이 흘러가자 스위스 관중들은 흥분했다. 이후 페레이라가 교체되기 전까지 볼 만 잡으면 야유를 하는 것이었다. 2006독일월드컵 포르투갈-잉글랜드전 당시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과격한 플레이를 한 호날두를 향해 쏟아졌던 야유가 교차되는 듯 했다.
페레이라가 교체되는 순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스콜라리의 성격대로, 벤치를 박차고 사이드라인까지 나와 못 마땅한 플레이를 지적하며 대기선수를 불러들이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경기에 대한 불만이 이른 교체로 이어지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떤 변화를 줄 지 나름대로 상상을 해봤으나, 스콜라리는 페레이라를 벤치로 불러 쉬게 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부담 없는 경기여서 그랬겠지만 감독은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를 감지하고 변화를 줄 수 있어야한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계속 뛰게 하면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으나, 자칫 관중 야유에 선수가 위축되고, 집중력이 떨어져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수의 성격에 따라 선택은 달라야한다. 지도자는 이래저래 늘 걱정하고 살피고 준비해야하는 직업인데,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이날 스콜라리의 선택은 적절한 것 같다.
경기의 흐름은 포르투갈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결과는 스위스가 이겼다. 경기를 마치고 스콜라리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 지 상상해본다. 원래 이런 경기는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보 선수들은 나름대로 애는 쓰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구인 이라면 이런 경기에 출전해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예선을 통과한 덕분에 주전들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지만 팀 전체의 집중력은 이미 결여되어 버린 상황 말이다. 이날 포르투갈 선수들의 집중력은 경기시작 주심의 호각소리에 날려 보낸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감독에게 어필하고 팬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 한 순간의 기회가 한 순간의 절망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도자는 이런 상황에서 따끔하게 훈계하며 팀 전체의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기회이도 하다.
똑 같은 상황에서 한국 지도자들은 어떤 말로 팀을 지휘할까 또 한번 상상해본다.
-하재훈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 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겸임교수. 2003년 1년간 부천 SK 프로축구 지휘봉을 잡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깨우쳤다. 당시 느꼈던 감독의 희로애락을 조금은 직설적으로 풀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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