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공연뒤풀이] 2%갈증,최성원으로푼다…뮤지컬‘화장을고치고’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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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혜리의 직업은 플로리스트인데 밤에는 온라인에서 연애 카운슬링을 한다. 슬쩍 슬쩍 연애에 쓰일 도구인 ‘꽃배달’로 조언하며 매출을 솔솔 올리는 얄미운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가만 보니 그녀… 본인 스스로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본 숙맥이다. 그러던 중 상업적인 카운슬링을 그만두라며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웃으며, 본인은 연애 전과 8범이라고 소개하는 지섭을 온라인에서 만나게 된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과도하게 솔직해진다고 했던가? 그렇게 둘은 어느새 서로를 위로하고 또 의지하게 되는데… 이번 ‘화장을 고치고’를 충무아트홀에서 봤지만,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곳은 작년 가을 대학로에서였다. (백주희 장현덕 주연) 그것도 오픈 첫 날! 그때 함께 봤던 친구들 중 한 명은 1년에 공연을 100편도 넘게 보는 친구였고, 또 한 친구는 태어나서 뮤지컬을 처음 보는 친구였다. 오호 이거 두 사람의 감상이 기대되는데?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함께 설문지를 작성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창작 초연에 이 정도면 훌륭하지”하며 까칠한 뮤지컬 마니아 친구도 재공연에 후한 점수를 줬고, “뮤지컬이 이렇게 신나고 재밌는 거라면 다른 것도 자꾸 보고 싶을 것 같다”던 뮤지컬 첫 경험 친구랑 늦도록 즐겁게 ‘화장을 고치고’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오호 올해는 어떨까? 얼마나 달라지고 또 얼마나 발전했을까? 작년에는 가수 왁스의 출연을 강조했다면, 김수용, 최성원과 같은 익숙한 뮤지컬 남자 배우도 보인다. 내가 본 캐스팅은 햄릿과 오필리어가 다시 환생해서 만난 것이라면 오버일까? 캐스팅이 배우 김수용과 신주연 이라고 하니 이 또한 기대되는 점이다. 그러나 공연은 작년과 거의 비슷했고, 각각 에피소드별 상황이 다듬어진 정도였다. 작년 공연 때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에피소드별 구성과 영상미(?), 무대 디자인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관객을 설득하고 따라가게 하는 전체 스토리의 단조로운 전개가 (10개월의 업그레이드된) 기대를 2% 채우지 못한다. 공연은 충분히 즐겁고, 내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보는 재미를 망친 꼴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마도 백주희 최성원 커플 캐스팅의 알콩 달콩 사랑을 만나러 갈 것이고, ‘화장을 고치고’ 다음 시즌에도 티켓을 예매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건 처음 무대에 올려진 뽀송한 아기 작품의 첫 인상과 기대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 발전과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화장을 고치고’ 파이팅! 최 지 수 도토리 파는 회사에 다니며 도 토리를 모두 공연 티켓으로 바 꿔도 아깝지 않은 공연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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