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공연뒤풀이]‘아는여자’알아주는연기내공

입력 2008-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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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설이 있다. 고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트렌디 소설도 아닌 것이었고, 여중생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소설. 나에게는 ‘다락방의 꽃들’ 그런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면 뭔가 허무한 것도 같고, 메시지가 있는 듯 없는 듯 잘 모르겠고, 여하튼 보고 나면 친구들이랑 참 할 말이 많았던 그런 소설. 비단 그게 여고생들의 어른 놀이 같은 거라도, 교과서를 제외하고 처음 끝까지 다 읽은 나의 첫 소설이기에 더더욱 기억이 남았던… 연극 ‘포트’가 나에게는 바로 딱 그 느낌이었다. 머리로만 생각했던 소설 속 상상들이 무대에서 따끈하게 보여진다. ‘포트’는 영국에 사는 소녀 레이첼의 11살부터 24살까지 인생이 담겨 있다. 11살 레이첼의 가족은 이렇다. 집 나간 엄마, 폭력적인 아버지, 도둑질을 일삼는 남동생 빌리. 아파서 수년에 누워계신 외할아버지, 요양원에 혼자 지내는 외할머니. 유일하게 의지하던 외할아버지가 죽고, 그녀가 어울리는 친구들은 남동생 빌리만큼 거칠고 위험한데 대니와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이 잠시 피는 줄 알았더니 20대 그녀 옆에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던 아버지랑 꼭 닮은 케빈이 남편이 되어 있다. 때로는 너무 사실적이어서 거칠게 편집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듯 불편하다가, ‘긴급 출동 SOS에 연락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 이입이 충실해지더니, 내 머리에서만 맴돌고 차마 입 밖 , 몸 밖으로 내지 못한 간질간질한 것들을 바로 레이첼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면에서 이 연극은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처음에는 ‘참∼ 저런 인생도 없을 거다. 쯧!’ 하는 제 3자인 마음이었다가 ‘그래 저럴 수 있어 충분히 있어. 나라면’하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원작 때문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배우 장영남의 힘이다. ‘포트’를 선택한 것은 절대적으로 배우 ‘장영남’ 때문이다. 아마도 연극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미 그녀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름과 얼굴을 매치 하지 못할 뿐이다. 그 기억을 조금 도와주자면, MBC-TV 드라마 ‘달콤한 인생’ 에서 일본에 사는 오연수의 친구, KBS-2TV‘아빠 셋 엄마 하나’에서 만화가 재희의 노처녀 편집장. 이쯤 되면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요즘 드라마를 안 본다면? KBS-2TV‘달자의 봄’에 나왔던 이현우의 엽기 와이프라면 언뜻 기억이 나겠는가? 영화‘아는 여자’의 이나영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교통사고녀가 바로 ‘배우 장영남’이다. 비록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웬만한 내공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나는 늘 그녀의 비중이 배고프다. 이런 마음은 그녀가 나온 연극을 단 한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갖게 되는 마음일 것이다. 이 연극을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연극 ‘포트’는 5월 1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최 지 수 도토리 파는 회사에 다니며 도토리를 모두 공연 티켓으로 바꿔도 아깝지 않은 공연 마니아 공연장에서 '아리' 라고 불렀을 때 뒤돌아보는 미녀가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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