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올케

입력 2008-06-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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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저희 둘째 올케언니 생각이 나서, 변변치 않은 글 실력이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 저희는 3남 4녀∼ 모두 일곱 명의 형제가 있는데, 저는 그 중에 여섯째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8살 때, 지병으로 세상을 뜨셨고, 저희 어머니가 정말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옛날 최전방 군부대에서 밥장사하는 것부터, 생선장수, 구멍가게 등 정말 많은 장사를 하시며 고생고생해서 저희 칠 남매를 키우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큰 오빠를 엄마는 거의 남편처럼 생각을 하셨고, 그러다 큰 올케와 많은 트러블이 생겨, 결국 서로 왕래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집안에 둘째 며느리로 시집와서 거의 맏며느리 노릇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 바로 저희 둘째 올케입니다. 포항아가씨인 저희 올케언니는 시집오기 전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말도 잘하고 참 싹싹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니 아무래도 시댁식구는 어려웠나 봅니다. 한번은 저희가 바나나 말린 걸 먹고 있었는데, 그거 달라는 소리를 못 해 언니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오빠한테 먹고 싶다고 투덜거렸는지 오빠가 바로 방에서 나오더니 한 주먹, 바나나 말린 걸 집어 들고는 또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그 때 저는 올케언니가 옆에 앉으면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에 들어가시기에 그냥 생각이 없나 보다 했습니다. 어쨌든 그 때까지만 해도 올케언니는 저희를 부담스러워하고 많이 어려워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딸처럼, 정말 한 식구로 살고 있습니다. 언니에게 무엇보다 고마운 게 있습니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여러 차례 수술을 한 저희 엄마를 언니가 너무나 극진히 모셔준다는 점입니다. 엄마는 소뇌에 종양이 생겨 지금 항암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연세가 너무 많으셔서 많이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다행히 종양이 자꾸 자라지는 않아서 아직까지 잘 버티고 계시지만, 뇌종양이다 보니 뇌압이 올라가면 먹은 걸 다 토하고, 제대로 음식을 드시지도 못합니다. 올케 언니는 그 때마다 엄마를 다 닦아드리고, 하루에 이불 빨래를 두 세 차례씩 하면서 엄마를 극진히 모시고 있습니다. 거기다 뇌종양이 생긴 후부터 엄마가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부턴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시지 못 하고, 병세가 많이 악화되었습니다. 올케 언니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고 엄마를 목욕시켜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고, 빨래를 합니다. 저희가 너무 미안해서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자고 했지만 언니는 그것만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이런 올케언니의 마음을 저는 반의반도 못 따라갑니다. 딸이라지만 제 자신이 언니 앞에서는 그저 부끄럽기만 합니다. 나도 며느리인데∼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저희 올케언니!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내 부모도 안 모시고 산다는 이 각박한 세상에, 치매이신 시어머니를 저렇게 알뜰살뜰 보살피는 모습 보면서 세상에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봅니다. 저희 올케언니 너무너무 고맙고, 생각할수록 미안한 마음만 앞선다고∼ 제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언니∼ 정말 고맙고, 늘 언니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그래∼ 내 올케언니가 돼줘서 너무 고마워∼” 서울 마포|이지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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