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클래식]유리바시메트“비틀즈가우상이던꼬마,비올라의전설이된거죠”

입력 2008-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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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의 비올라 거장 유리 바시메트(Yuri Bashmet)가 왔다. 1976년 뮌헨국제비올라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부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이 사람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비올리스트로 꼽히는 ‘비올라의 전설’이다. 솔리스트로, 모스크바 솔로이스트(직접 창단했다)의 리더로, 뉴러시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그리고 교육자로 종횡무진 오선 위를 누비고 있는 유리 바시메트를 만난 것은 23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였다.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한 뼘은 되어 보일 듯한 깊은 주름을 얼굴 가득 새긴 모습이었다.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있을 서울시향과의 ‘고전주의협주곡시리즈 1’을 위한 리허설을 막 마친 참이었다. 거장은 느리면서도 다소 어눌한 듯한 영어로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 자주 웃었다. 통역은 서울시향의 제2바이올린 수석 임가진 씨가 맡았다. - 이번에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하게 된다. 서울시향과 손을 섞어 본 느낌이 어떤가? “몇 년 전에 한국에 왔었지만 지휘는 처음이다. 시차적응이 안 돼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지만 좋은 리허설이었다. 서울시향은 열정이 넘치는 오케스트라였다. 함께 공연하게 되어 기쁘다.” - 연주 예정인 호프마이스터의 비올라협주곡 D단조는 어떤 곡인가? “호프마이스터는 모차르트와 동시대 작곡가로 둘은 친분이 깊었다. 이 곡은 모차르트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어려운 테크닉을 요하는 콘체르토이다. 호프마이스터는 출판사를 경영하기도 했는데 모차르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준 은인이기도 하다. - 비올리스트와 지휘자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연주할 때는 지휘가 더 재미있는 것 같고, 지휘를 할 땐 비올라 연주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하하! 바렌보임, 아슈케나지, 정명훈 … 솔리스트 중에는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너무나도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다. 비올라는 충분히 매력적인 악기지만 레퍼토리에 제한이 있다. 좀 더 폭넓은 음악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지휘자보다는 아무래도 비올리스트로서의 이름이 익숙하다. 비올라란 악기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사실 현악기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올라에 대한 (은근히 깔보는) 농담이 많다. 하지만 비올라는 현악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다. 실제로 왕족이나 귀족들의 살롱 음악회에서 주로 연주된 악기는 비올라였다. 바이올린은 너무 소리가 크고 시끄러워서, 거리 음악에서 많이 쓰였다. 이태리에서 이에 관련된 문서를 본 일이 있다. 내용은 ‘살롱 음악회에서 너무 비올라만 연주하지 말고 바이올린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 끼어있는 악기가 아니다. 본연의 색깔이 분명하다. 소프트하고,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깝다. 높은 포지션에서는 드라마틱한 연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언제부터 비올라를 연주했는지? “원래 나의 우상은 비틀즈였고 첫 악기는 기타였다. 그룹사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바이올린을 시켰는데, 14살 때 비올라로 바꿨다. 이유는 바이올린은 너무 연습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었다. 비올라는 조금만 연습하고 나머지 시간에 기타를 칠 수 있었다. 하하하!” 유리 바시메트를 위해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헌정했다. 그 수가 무려 53곡이나 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비올라협주곡. 유리 바시메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는 끝으로 ‘비올라는 철학적인 악기’라고 말했다. “쇼스타코비치와 바르토크의 마지막 작품이 비올라 곡이었다. 어쩐지 비올라에게는 죽음과 연결되는 코스모스적인 힘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한 작곡가는 나를 위해 비올라 곡을 작곡하기로 했는데 5페이지를 쓰다 돌아가셨다. 물론 모든 작곡가가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작곡가들이 살아서 비올라 곡을 쓰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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