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불멸의좋은수

입력 2008-06-2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바둑판이 서서히 검고 흰 물로 물들어 간다. 프로들에겐 늘 초반이 어렵다. 초반은 중반 어디에선가 발발할 전투에 대비하는 지루하지만 창조적인 작업이다. 노련한 고수는 전투가 벌어질 위치를 정확히 짚어낸다. 당연히 병력과 물량은 그 쪽에 편중된다. 때로는 상대가 ‘초반러시’를 감행해 들어올 수도 있다. 이 역시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 이창호의 포석은 화려한 맛은 없지만 단단하다. 상대로선 어떻게든 철강석 같은 바위의 틈을 찾아 창날을 들이밀어야 한다. 권오민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실전> 흑5의 침입은 예상했던 바이다. 그러나 예상했다고 해서 그 날카로움이 둔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 이 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관전기의 다른 부분은 모두 잊어도 좋다. <실전>은 권오민이 손을 빼 백6으로 두었다. 섣불리 받았다가는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모르면 손 빼라’라는 격언을 응용했다. 이것은 ‘골치 아프면 손 빼라’일 것이다. <해설1>백1로 막으면 어떻게 되나? 흑은 4·6을 할 것이다. 사실 흑▲는 이 수순을 얻기 위한 ‘미끼’였다. 흑의 실리가 제법 쏠쏠해진다. <해설2> 백1로 이쪽을 차단해도 흑은 슬플 일이 없다. 어차피 좌하의 백진은 언제고 깨야 한다. 흑2로 침입을 감행할 경우 흑▲는 적진 속의 우군처럼 도움이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