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전성기 시절의 조훈현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었다. ‘두었다 하면 이겼던’ 조훈현.
그가 우승했다는 뉴스는 ‘어제 옆집 아저씨가 자장면 곱빼기를 먹었다’는 것만큼이나 뉴스가 안 되었던 시절이었다.
천재적인 감각과 번개 같은 수읽기, 바람 같은 행마로 천하를 오시하던 조훈현이었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끝내기’였다.
초반 포석과 중반 전투력은 당대 한중일을 통틀어 첫 손에 꼽혔지만 끝내기만큼은 보통 프로기사들에 비해 크게 낫다고 보기 어려웠다.
불세출의 천재라는 조훈현이 끝내기만큼은 자질이 부족했다?
그게 아니다. 당시 조훈현 9단의 전성시대를 지켜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조훈현이랑 두면 거의 다 초반 포석에서부터 밀려버렸지. 어찌어찌 해서 포석을 버텨낸다 해도 중반에 한 판 (싸움이) 붙으면 다 부러져버렸어. 그러니 끝내기까지 갈 게 있었나? 조훈현이 끝내기를 잘 못하는 건, 많이 안 해봐서 그래. 거의 바둑이 일찌감치 불계로 끝나버렸으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훈현은 정녕 고독한 제왕이었다.
<실전> 흑2로 젖힌 것은 큰 실수다.
<해설1> 흑1로 무조건 밀고 볼 자리. 이렇게 두어야 미세한 계가바둑을 이어갈 수 있다. 흑이 소탐대실을 하는 바람에 백이 중앙 쪽 세력을 얻었다. 그것도 보통 세력이 아닌 철벽이다. 반면 흑은 하찮은 쓰레기를 주웠을 뿐이다.
<실전> 백11은 당연한 수.
<해설2> 백1로 이으면 흑2가 기다리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