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미포조선김영후,내셔널리그호날두“내안엔K리거뛴다”

입력 2008-06-2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포조선 입단은 축구 인생의 전환점 호텔 커피숍에 마주앉은 김영후에게 주스를 권하자 나온 대답이 걸작이다. “저, 아이스커피를 먹고 싶은데요.” 운동 선수는 카페인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주스를 권한 것인데, 괜히 머쓱해진다. “전 커피를 무척 좋아해요.” 김영후는 유럽 리그도, K리그도 아닌 내셔널리그 선수다. 조금은 소외된 축구 인생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며 조금씩 유명세를 타고 있다. 대뜸 물었다. “떴다는 게 느껴져요?” 머리를 갸웃거리던 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아저씨 팬들이 조금 많아졌고, 울산 시내에서 택시를 탈 때 기사분들이 간혹 알아보긴 해도 아직 실감할 수 없단다. “글쎄, 인터넷이나 지면을 통해 저와 관련된 기사를 볼 때면 조금 창피해요. 그 정도 선수는 아닌데…. 또 저 혼자 기록을 달성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덜 알려진 내셔널리그가 언론을 자주 타며 알려지고 있는 게 저로선 큰 영광이죠.” 판에 박힌 대답,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김영후가 미포조선에 첫 입단했던 3년 전만 해도 ‘갈 곳 없는 선수(?)’였다. 숭실대를 졸업한 뒤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떨어지고 한동안 방황도 했고,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 다행히 미포조선이 손짓을 보내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솔직한 설명이다.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인데 그땐 조금 절망했어요. 미포조선이 아니었다면 전 아마도 지금 위치에 설 수 없었겠죠. 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2005년 말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힘들 때면 그 때의 아픔을 되새기며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꿈과 포부를 향해…포기는 없다! 축구는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김영후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도 작은 꿈이 있다. K리그 진출,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다는 것.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다만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싶진 않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게 가장 불행하죠. 전 못해본 게 많잖아요. K리그 선수도 아니고, 대표 선수도 아니죠. 스타도 아니에요. 얼마전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께서 한국 선수들을 지적했던 기사를 봤어요. ‘현실에 안주하려할 뿐, 스스로 발전을 꾀하지 않는다’는 것. 전 공감해요. 저희 팀 (최순호)감독님도 늘 그러시거든요. 현재에 충실하되 꿈과 목표, 비전은 가슴에 품고 있으려 해요.” 내셔널리그가 올해 K리그 승격제를 포기한 것에 대한 느낌과 작년과 재작년에 연이어 일어난 승격 거부 사태를 물었다. 조금 민감한 질문이다. 눈을 꼭 감고 듣던 김영후가 한참만에 대답했다.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우리나라 선수들 중 K리그서 뛰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요. 저 역시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잖아요. 좋은 기회가 오는가 했는데 아쉬움으로 끝났죠. 해도 언젠가 잘 되리라 믿고 있어요.” 사실 김영후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던 6월 초, 대표팀 발탁 얘기도 잠시 나돌았다. 내셔널리그 연맹과 미포조선에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김영후와 관련 비디오 및 DVD 영상 자료를 부탁했다는 소문. 물론 뽑히진 않았으나 그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한 좋은 계기였다. “내셔널리그에서도 잘하면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도 있고요. 노력하면 틀림없이 잘되겠죠?” 김영후는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장점을 묻자 머뭇거리던 그는 “키(182cm)도 크지 않고, 스피드도 느리죠. 체격도 안좋고 온통 단점뿐이에요”라고 얘기하곤 웃어버린다. “요즘 수비수들이 워낙 빨라 문전에서 빨리 볼을 처리해야하는데 전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남들보다 집중하려고 하죠.” ○진솔한 영후씨, 인스턴트 끊고 효자가 될래요 김영후는 두 가지 고민이 있다.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하는 것과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인스턴트 음식이 그것이다. 그에겐 5년째 알콩달콩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동갑내기 여자친구(김지운씨)가 있다.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 동료 소개로 만났다. 자신은 울산에, 애인은 서울에 있어 많아야 한달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한다. 요즘 언론에 자주 소개돼 근황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던 김영후가 대뜸 효자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애인 얘기를 하다말고, 갑자기 웬 효자? 설명이 재미있다. 최근 모TV 방송과 인터뷰를 했는데, 온통 애인 관련 내용만 부각되는 바람에 부모님께 제대로 감사의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것. “어머니(박경자씨·53)가 제가 조금 알려진 뒤 매우 좋아하세요. 아버지(김태남씨·55)도 무뚝뚝한 성격에 내색은 안하셔도 흐뭇해하실 겁니다. 그런데 방송에 애인 얘기만 나가 꽤 서운하신 모양이에요. 이거 꼭 써주셔야 해요. 제가 누구보다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특히 어머니를요.” 김영후가 말하고픈 또 한 가지, 인스턴트 식품이다. 담배도 안하고, 맥주 한 두잔이 자신의 주량인줄 알고 있는 그이지만 정말 끊을 수 없는 게 치킨과 햄버거, 피자다. “아이도 아닌데, 왜 이리 그런 음식들이 맛있는지…. 이 기사가 나가면 끊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동안 해온 대로 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할까요? 정말 고민이에요.” 인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