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1년여만에방한…“2002년기대치낮추고응원하라”

입력 2008-07-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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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에값진조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번지르르한 입담으로 수십 명의 취재진을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하나 더, 4강 신화의 주인공답게 한국축구에 금쪽같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1년여 만에 방한한 거스 히딩크(62) 러시아대표팀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7일 오후 연인 엘리자베스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히딩크는 “여전히 나를 잊지 않는 한국인들이 고맙다”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그는 최근 위기에 내몰린 한국축구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축구계의 성원 ▲명확한 목표의식 견지 ▲선수들에게 진지한 태도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감독, 선수가 있는데 왜 부진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뗀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뒤 한국은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후임 감독들이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 같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대표팀 감독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지원이 집중된 그 때(2002년)의 성과를 반복하기는 힘들다”며 “팀이 강해지기 위해 늘 팬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축구계 전체가 대표팀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축구에 진정한 애착과 애정을 보여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른 조언은 선수들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꼬집는 내용이었다. 그가 남긴 명언, “아직도 (승리에) 배가 고프냐”란 물음에 환한 미소를 보인 히딩크는 “그 말이 정말 좋다. 축구에 한계는 없다. 한국은 물론, 러시아에서도 마음은 변치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수년이 흘렀어도 자신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한국 선수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결같은 열정과 도전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은 감독의 역할론이었다. ‘마법사’란 닉네임과 그 만의 장점인 ‘심리의 달인’을 묻자 “난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그저 열심히 선수를 발굴하고, 마스터플랜을 짰을 뿐”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유로 2008에서 보인 러시아의 비결을 예로 들며 감독이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6년 전 한국을 처음 맡았을 때처럼 젊고 기량 있는 유망주로 시작했다”고 전제한 뒤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실수했을 때 ‘문제없다’고 격려하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사령탑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히딩크는 스폰서 미팅과 8일 대한축구협회 오찬, 9일 오전 포항 한동대에서 ‘히딩크 장학재단’ 주최로 진행될 ‘제2호 드림필드 준공식’ 참석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철저히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히딩크는 일주일 뒤인 14일 네덜란드로 떠난다. 인천국제공항=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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