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때문에시청률떨어져”…이젠농담아닌현실

입력 2008-07-09 07: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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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때문에 시청률 떨어졌다”는 방송가의 우스개 말이 이제는 확인 가능한 사실이 됐다. 방송중인 프로그램의 각 장면별로 시청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냉정한’ 조사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 도입된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대표 황덕현·이하 AGB)는 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시간 시청률(Live Ratings) 집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AGB의 전국 패널 2,350가구 중 서울지역 550가구가 조상대상. 지상파 3사와 EBS를 비롯해 케이블 채널 100여 개를 상대로 모든 방송사의 각 프로그램을 1분 단위로 나눠 시청률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해당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나뉘는 시청률 흐름을 그래프와 표를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AGB의 실시간 시청률 검증 시스템은 방송 환경에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쉽게 말해 현재 방송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인물별, 장면별 시청자 선호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화 드라마인 MBC ‘밤이면 밤마다’와 SBS ‘식객’에서 각각 김선아·이동건과 김래원·남상미의 키스신이 방송될 때 이제는 어느 커플이 더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는지 알 수가 있다. 또한 MBC ‘황금어장’의 두 코너 ‘무릎 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의 시청률도 방송 직후 알 수 있어, 코너 진행자인 강호동과 윤종신에 대한 시청자 선호도를 비교할 수 있다.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높은 연기자나 장면, 반대로 시청률이 떨어지는 인물이나 상황의 파악이 가능해 그에 맞춰 내용을 교체할 기회가 생긴다. 특히 생방송 쇼 프로그램과 뉴스는 시청률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내용이나 아이템을 조정할 수도 있다. ‘시청률 무한 경쟁’이 예측되는 가운데 방송 관계자들도 긴장하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9일 런칭한 이 시스템을 도입한 방송사가 아직 없고, 무리한 시청률 경쟁 유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MBC 예능국의 안우정 국장은 “방송을 제작할 때 실시간 시청률 데이터를 옆에 놓고 비교하는 일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경쟁은 치열해 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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