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스스로깨우쳐라”SK침묵의조련

입력 2008-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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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문학구장. 오후 4시가 됐는데도 SK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라면 배팅케이지만 2개를 설치해 놓고 타격 연습에 한창일 시점이었다. 야수의 수비훈련과 투수의 스트레칭도 없었다. 오히려 원정팀 삼성 선수들이 먼저 모여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SK가 훈련을 빼먹다니, 김성근 감독 취임 이래 근 2년간 단 한 번도 SK에 없었던 경천동지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에서나 일어날 일이 SK에서 터진 것이다. 단지 폭염 탓이었을까. 그리고 SK의 훈련 중지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 SK 훈련장=훈풍 SK의 9일 훈련은 4시 30분에 집합해 30분간 몸만 푸는 것이 전부였다. 갑자기 찾아온 ‘자유’가 영 어색했던지 선수들은 4시 20분이 조금 지나자 대부분 모여서 훈련을 개시했다. 자청해 특타에 임한 이진영을 제외하면 주전급 전원이 일체의 별도 훈련 없이 필드로 나왔다. 땡볕에서의 타격과 러닝, 수비 훈련을 면한 때문인지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비록 최근 페이스는 저조하지만 압도적 1위 구단의 여유가 흘렀다. 고참인 조웅천은 “애들아, 오늘은 꼭 이겨야 된다. 이기면 계속 이렇게 한단다. 대신 못 이기면 내일부터 우리 죽는다”란 유언비어(?)까지 동원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오랜만에 출근 시간이 늦춰진 구단 직원이나 코치진도 싫은 낯빛은 아니었다. ● SK 감독실=냉랭 대다수 선수단은 더위 탓에 훈련이 면제된 줄 여겼지만 감독실의 눈치를 살펴보니 영 싸늘했다. ‘선수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김 감독은 “계속 원하는 대로 해줄까? 아예 경기도 하지 말까? 나도 편하게”라며 혀를 찼다. 김 감독은 “7월 들어 LG전 이후 흐름이 너무 나빠졌다. 못 이기겠다. 지금 올림픽으로 시즌이 중단됐으면 좋겠다”라고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심지어 김 감독은 이만수 수석코치가 타순을 받으러 들어오자 “네가 짜라”라고 내보냈다. 이 코치가 한참 머뭇거리자 “네가 못 하겠으면 이세 타격코치에게 맡겨라”며 끝끝내 아무 손도 대지 않았다. 지난달 사직 원정 때 비행기 속에서 타순을 짜고, 타순이 안 만들어지면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던 김 감독이 말이다. 심지어 김 감독은 9일 1군에 복귀해 바로 선발로 나선 김광현에 대해서도 “(상태가 어떤지) 전혀 안 봤다”고 했다. ● “선수들이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다” 정황을 종합하면 SK의 9일 훈련 생략은 김 감독이 내린 무언의 꾸중에 가깝다.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내린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도 5월 5연패 때, 오히려 손을 놓아버리고 고참에게 맡겼다. 한국시리즈도 그렇게 해서 2연패 후 4연승을 연출했다. SK의 1위가 당연지사로 취급되면서 팀 전체에 매너리즘이 번지려는 순간에 김 감독은 손을 놓았다. 타율 속의 자율, 김 감독 특유의 기강 잡기가 재가동된 듯하다. 문학=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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