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과학화’로잃는것]“네이놈전동카트!네죄를알렷다?”

입력 2008-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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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디밟을권리앗아가 … ‘필드와의교감’뚝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 장비의 발달이 골퍼들에게 꼭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전동카트의 등장으로 골퍼들은 기본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푸른 잔디를 5시간씩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티샷을 하고 페어웨이를 거닌 후, 세컨드 샷을 하고 그린에 올라가 홀 아웃하기까지 마음껏 필드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수십 만 원씩 하는 그린피에는 이런 골퍼들의 권리가 포함된 금액이다. 그러나 전동카트의 등장으로 골퍼들의 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타기 싫어도 전동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전동카트=전동카트가 플레이 시간을 단축시켜 더 많은 손님을 입장시키려는 골프장의 영업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골퍼들의 보행권리를 빼앗아가고 있다. 18홀 라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운동효과는 걷는 게 가장 크다. 라운드를 통해 골퍼들은 평균 7∼8km 정도 걸을 수 있지만 전동카트는 이 운동효과를 절반 이하로 뚝 떨어뜨린다. 장비의 발달은 골퍼를 점점 게으르게 만들기도 한다. ○자석 부착된 볼마크=자석을 이용한 볼 피커는 필드 위의 골퍼에게 손끝하나 까딱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립 끝부분에 자석을 부착하면 그린 위의 놓여있는 볼 마크를 손대지 않고도 주울 수 있다. ‘찰칵’하고 마크가 자석에 달라붙기 때문에 굳이 허리를 숙여가며 마크를 줍지 않아도 된다. 홀 안으로 떨어진 볼을 꺼내는 일도 손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그립 뒤쪽에 흡착식 집게를 부착시키면 홀 안의 볼을 쉽게 꺼낼 수 있다. 허리가 불편한 골퍼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비지만, 그런 골퍼가 필드 나들이를 할리 만무하니 누구를 위한 장비인지 궁금하다. ○수평계 달린 경사측정기=마음만 먹으면 그린의 경사를 살피는 일도 식은 죽 먹기다. 수평계가 달린 경사 측정기를 사용하면 무릎을 꿇고 홀을 향해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그린의 높낮이를 살필 수 있다. 골프 장비의 진화는 끝이 없다. 장타에 열광하는 골퍼들을 위해 고성능의 골프볼과 반발력이 뛰어난 드라이버가 탄생했고, 연못에 빠진 골프볼을 꺼내기 위해 볼 수거용 긴 집게가 등장했다. 골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지만 자칫 골퍼들이 귀차니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다간 스윙을 대신해주는 인조인간 골퍼가 등장하는 건 아닌지, 거리측정기가 달려 걷기만 해도 자동으로 거리가 측정되는 골프화가 출시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리모컨이 장착돼 티샷을 한 뒤 볼의 방향과 거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드라이버와 골프볼이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골프는 단순한 숫자 놀이가 아니다. 규격이 없는 코스에서 마음껏 샷을 하며 홀을 정복해 나가는 자연과의 싸움이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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