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아리랑볼전병호스리랑‘으쓱’

입력 2008-07-24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퍼펙트게임도, 노히트노런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긴장감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삼성 투수 전병호(35)가 24일 광주 KIA전에서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거짓말 하지 마라’고 코웃음을 칠 만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9회말 스코어는 13-0. 승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는 96년 삼성에 입단한 뒤 2년째이던 97년 8월 1일 사직 롯데전에서 딱 한번 6-0 완봉승을 거둔 적이 있었다. 과거에는 140km 중후반의 빠른 공을 뿌렸던 파워피처였지만 지금은 최고구속이 130km 초반에 불과한 아리랑볼 투수. 5이닝이 적정 이닝으로 간주되고 조금 길게 가면 6이닝이 한계처럼 여겨지는 그였기에 광주구장은 들썩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7회에 힘이 부쳤다”고 한 노장투수는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그 고지를 오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가랑비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얼굴과 유니폼이 흥건히 젖은 채로 몸에 남아있는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며 공을 뿌렸다. 9회말 선두타자 김형철의 3루수 앞 땅볼. 그러나 3루수 김재걸이 그만 악송구를 범하며 무사 2루가 됐다. 이어진 2사 2·3루. 상대타자는 신인 나지완. 볼카운트 2-1에서 117구째가 날아들었다. 118km짜리 바깥쪽 체인지업. 그러나 통한의 2타점짜리 우전안타가 되고 말았다. 노장투수는 두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고, 삼성 조계현 투수코치는 마운드에 올라 그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격려한 뒤 공을 건네받았다. 8.2이닝 5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비자책점). 개인적으로는 시즌 4승째(4패)를 거둔 것에 만족해야했지만 팀은 롯데를 끌어내리고 6월 10일 이후 44일 만에 4위로 점프했다. 롯데와 LG 킬러로 알려진 그는 올해 KIA 킬러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이날까지 KIA전에서만 2승, 방어율 1.25를 기록했다. 또한 KIA전 피안타율은 0.176(74타수 13안타)이다. 시즌 초반 난조로 4월 24일 2군으로 떨어진 뒤 6월 2일에서야 1군에 복귀할 때만 해도 위기로 보였지만 팀 마운드의 맏형으로서 이날 중요한 경기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병호는 “용병투수도 없는 상황이고 팀이 4위권에서 까딱까딱한데 모처럼 팀의 고참투수 몫을 해내 기쁘다. 나지완에게 볼을 던지려고 했는데 스트라이크로 몰렸다. 6회가 끝나고 감독님이 바꿔주려고 했는데 더 던지겠다고 했다. 아쉽지만 만족한다”며 땀을 닦았다. 전병호가 이날 광주구장에서 던진 것은 아리랑볼이 아닌 찬란한 예술구였다. 광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