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비즈]자신약점알았던정수근,야구장밖자신은몰라…

입력 2008-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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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 내가 탄 차가 서있고, 앞차가 후진하는데 내가 탄 차가 전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는 짧은 순간이지만 주변의 고정된 표지를 보고 어느 쪽이 진짜 움직이는지 가늠하는 게 내 방식이다. 고정된 표지를 아는 사람은 서 있지만 어떤 이들은 덩달아 후진하다 이중으로 접촉사고를 만들 수도 있다. 고정된 표지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되씹을수록 어렵다. 어디까지를 자신이라고 할 것인지, 아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도 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자신을 아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에도 의문이 생긴다. 이 말을 고정 표지판을 나라고 생각하고, 알면 이중 접촉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장황하게 따분한 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스포츠산업의 핵심은 선수인데 선수가 자신의 본분을 잘못 알고 착각해 이중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일반인보다 프로선수만큼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은 없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이 많은 2진 선수들은 주전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주전들은 빅리그 선수들을 보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밟는다. 남들이 겪기 힘든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승부를 수없이 겪으면서 그라운드 안에서의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정수근 선수도 자기자신을 잘 아는 선수 중의 하나다. 자신을 잘 알았기 때문에 약한 타력을 빠른 발로 커버해 고액연봉 선수로 성장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알라고 권유한 자신은 그라운드 안의 자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평생을 놓고 보자면 대개의 선수는 유니폼을 벗고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누구의 아들이자 아버지이고 친구이면서 스포츠 이외의 직업으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선수로 살다 끝나는 게 아니라면 한 인간으로서 선수가 아닐 때의 자신도 알 필요가 있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 나도 잘 모르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주제 넘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수근 선수는 쉬는 기간을 또다른 자신을 아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다 성숙한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기를 바란다. 정 희 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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