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Biz]팬들에게스토리를선물하라

입력 2008-07-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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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장에서 거의 지존급 팬을 관중석에서 우연히 만났다. 십수년 전 출근하다시피 경기장을 찾았던 낯익은 팬이었는데 팀과 선수에 관한 모든 것을 꿰차고 있던 팬이라 참 반가웠다. 그 팬은 선수에 관한 사소한 정보도 수집능력이 탁월했고 기억력도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팬들의 세계에도 등급이 있다. 팬들에게 무슨 등급이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팬 모임에서는 재미있는 옛날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가운데 자리에 앉아야 화기애애해진다. 상석에 앉는 사람을 정하는 기준이 꼭 나이순은 아니다. 등급판정 기준은 일년에 경기장에 몇번 오느냐가 기본척도이다. 적게 오는 팬은 스스로 말석에 앉는다. 거기서 비슷하면 햇수가 몇년째냐가 다음 척도이다. 한단계 더 가면 몇살 때부터 경기장 출입을 했는지를 따진다. 그것도 비슷하면 극적인 역전승, 기록이 세워진 게임 등의 역사적인 순간을 봤는지를 묻는다. 봤다면 현장에서 직접, 아니면 TV로 보았는지도 따진다. 이 정도까지 가면 그 자리에 모인 팬들의 등급이 저절로 정해지기 마련이다. 높은 등급의 팬들끼리 굳이 마지막 자리를 정하자고 하면 누구를 만났느냐, 무엇을 소장하고 있느냐 등으로 더 이어질 수 있다. 결국은 극적인 승부나 대기록, 가치 있는 공, 의미 있는 만남 등의 추억거리를 누가 많이 갖고 있느냐가 지존 팬을 가리는 기준이 된다. 우표수집가들이 가장 오래된 우표를 가진 사람을 존경하듯이 스포츠팬들도 스토리를 많이 가진 팬에게는 상석에 모시는 것으로 예의를 표한다. 골프 얘기나 축구, 야구, 농구 얘기는 이미 우리사회에서 어떤 어려운 자리에서 꺼내도 가장 무난하고 일상적인 대화의 소재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프로구단도 세월이 흐르면 같은 리그에서도 등급이 정해지게 된다. 그리고 자고로 명문구단은 등급 높은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좋아하는 팀의 전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팬들이 많다면 명문구단이 될 수밖에. 따라서 구단이나 연맹은 팬들에게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왜? 그런 경기장을 자주 찾는 팬들이 전체 관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이라는 실리 외에도 누군가에게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더 많은 스토리를 팬들에게 만들어주는 구단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거리에는 대개 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국내 프로리그가 잘 되려면 선수가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정 희 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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