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뻔한깜짝쇼’무한도전의무리수

입력 2008-08-04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얼마전 ‘무한도전’의 진행자 유재석이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헝거리전에 보조 캐스터로 참여한다는 기사가 일제히 나왔다. 그러자 MBC ‘무한도전’의 제작진은 “베이징 현장에서 서바이벌을 거쳐 살아남은 한 사람이 여건에 맞는 종목의 보조 해설자로 나선다”며 “지금까지 보도는 모두 잘못된 오보”라고 주장했다. ‘무한도전’ 제작진 주장이면 여러 매체가 동시에 근거 없는 오보를 나란히 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7월 30일 베이징 올림픽 중계에 나서는 아나운서를 비롯한 MBC 실무자들이 방송담당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재석의 올림픽 중계 참여는 바로 이러한 공식석상에서 MBC 올림픽 중계를 담당하는 실무진이 말한 사실이다. 사실 조금만 냉정히 생각하면 촬영 일정이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에 불과한 제작여건에서 “현장에서 참가자를 결정하겠다”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만약 어렵게 AD 카드를 받은 유재석이 선정 안되면 어떻게 할까. 제작진의 주장은 데일리 패스(일일 취재권)를 신청해 진행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각국의 취재 경쟁이 치열한 베이징에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데일리 패스를 받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올림픽 취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구나 개막식 리허설 ‘몰카’ 파문으로 올림픽조직위가 한국 방송팀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무한도전’ 제작진의 생각은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 올림픽이 눈앞인데 이렇게 양측의 의견이 다른 이유는 왜일까. ‘무한도전’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치밀하게 짜인 각본과 상황 ‘연출’을 통해 완성된다. 하지만 제작진은 각본 없는 서바이벌 촬영을 내세워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이번 올림픽 특집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왔지만, 서바이벌 게임이 주는 재미를 강조하기 위해 “정해진 것 없다”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매번 ‘깜짝쇼’를 연출하려는 시도에 이제는 시청자도 지쳤다. 한 때 시청률 30%를 육박하며 인기를 얻었던 ‘무한도전’은 7월부터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더니 2일에는 급기야 15.7%로 급락했다. 이제 ‘무한도전’은 ‘깜짝쇼’를 위한 아이템의 보안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무엇에 피곤해 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