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키드’장근석“작품도예능도치열한전투”

입력 2008-08-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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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키드. 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 부모는 386. 외동 딸 혹은 외동 아들. 조기 유학과 IT 열풍의 최대 수혜자 겸 소비자.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항상 그랬듯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거나, 때로는 ‘어찌 되려고’로 갈음되는 한숨 섞인 걱정을 만들어낸다. 상당수는 대학에 재학 중인 이른바 ‘올림픽 키드’도 마찬가지. 이들은 90년대로 치면 가수 서태지를 정점으로 한 X세대와 같다. 이젠 기성세대가 돼버린 386, X 그리고 Y에 속한 무리들이 이들 올림픽 키드에게 던지는 공통된 한마디는 이렇다. “너희는 좋은 시절 보내고 있는 거야. 우리는 수많은 실험의 ‘더미’(Dummy)였고 그 결과를 너희가 다 누리고 있잖아.” 말이 좋아 내리 사랑이지 온갖 호사로 보이는 것들을 또 ‘알차게’ 활용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어떨 때는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삐끗할 수도 있거늘 그들은 도무지 실수를 모른다. ‘스타트랙’의 두 번째 손님은 배우 장근석이다. 그의 나이 올 해로 스물 하나. 장근석은 위에서 언급한 올림픽 키드의 표본이다. 외아들이고, 잠깐이라고 하지만 1년 정도 조기 유학을 다녀왔으며, IT 혁명이 빚어낸 별별 기기며 트렌드를 스펀지처럼 흡수해버리는 매우 영리한, 아니 ‘영악한’ 청년이다. #치열한 인생 - 작품도 예능도 치열하게? 이건 전투예요 전투! 장근석은 자리에 털썩 앉아 정말 ‘씨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특유의 미소를 날렸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에서 1위를 재탈환했다”고 말하면서. SBS의 새 예능 프로그램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에서 선보인 요상한 춤 ‘테크토닉’이 그의 말을 빌리면 ‘1등을 먹게 한’ 1등 공신이었다. - 그 춤 별로던데. “왜요? 유행이잖아요. 나는 한번 마음먹으면 진짜 열심히 한다고요.” - 배우는 으레 예능 프로그램을 꺼려하기 마련인데. “트렌드가 바뀌고 있잖아요. 다 잘해야 해요, 요즘엔. 연기도, 스타일도, 노래도, 예능도, 춤도 다 잘해야 해요. 분위기 잡는 것은 과거에 익숙한 틀이잖아요. 20대 배우 장근석에게 대중이 그걸 원하진 않아요.” - 스스로를 만능이라고 생각하나. “전혀요. 우리 세대는 만능이 돼야 한다고 학습받긴 했죠. 제 친구들을 보세요. 완벽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워요. 영어 잘해야지, 인턴 경력도 있어야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데요. 배우 장근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 작품에서도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도 치열하게 해요. 전투에요, 이건.” #허세와 나 - 미니홈피 폐쇄? 비판은 환영…욕설은 못참아! 만나자마자 검색 순위로 운을 뗐듯 장근석 역시 또래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이 익숙함을 넘어 삶의 한 부분처럼 체화됐다. 그래서 나온 화제가 그의 개인 홈페이지. 이른바 미니홈피에 그가 올린 글은 어록이 되고, 유행이 되고, 유머의 소재로까지 쓰이고 있다. - 요상한 별명 하나가 붙었다. ‘허세 근석’이라고. “허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내 감정은 진심이었다고요. 1년 전에 자신이 쓴 글이나 일기를 보고 누구나 한번쯤 피식 웃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제게 ‘허세 근석’이란 별명을 안겨준 글들이 다 예전 것들이란 말이죠. 시간이 흐르면 아무 것도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고민했었는지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요?” - 그래서 미니홈피를 닫았나. “그렇다고 내 과거가 부끄럽다거나 혹은 ‘허세 근석’이란 말에 상처받은 것 아녜요, 절대로. 절 ‘허세’라 이야기해도 좋고, 비판의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환영이에요. 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그건 아니잖아요. 그것 때문에 홈페이지란 내 공간이 너무 더러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닫았어요, 당분간.” - 장근석은 그래도 인터넷이 만든 스타 중 한 사람. “전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켜고 뉴스 검색부터 해요.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테크토닉 춤을 췄을 때 ‘쟤는 왜 이렇게 나대’란 댓글도 여러 개 봤어요. 속으로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괴리감에 빠질 때 즈음, 실시간 검색어에 ‘장근석 테크토닉, 장근석 춤’ 이런 단어가 1위로 올라오는 거예요. 나를 욕하고 있으면서 나를 계속 찾고 있다는 거잖아요. 아이러니인 것이죠.” #근석 바이러스 - 냉면발 같은 활동? 젊어 고생 사서할 나이죠! 장근석으로 대변되는 올림픽 키드는 ‘무언가에 쫓기는 성향’을 보인다. 지난 해 영화 ‘즐거운 인생’부터 KBS 2TV 드라마 ‘쾌도 홍길동’, 개봉을 앞둔 영화 ‘아기와 나’, 여기에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도무지 끊어짐 없이 이어지는 냉면 발같이 쉼 없이 활동, 또 활동이다. - 도대체 왜. “수영 선수가 4년에 한번 올림픽만 출전하고 마나요. 앞서 숱하게 많은 대회에 나가 이겨도 보고, 깨져도 보고 그렇잖아요.” -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지나치면. “올 초인가…, 어느 날 눈뜨면 한복을 입고 있고(드라마 ‘쾌도 홍길동’), 어느 날 눈뜨면 아기를 안고 있고(영화 ‘아기와 나’).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요. 해볼래요. 아직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나이니까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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