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국민타자는위기때강했다

입력 2008-08-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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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결정적인 홈런포로 대한민국을 사상 처음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국민타자’ 이승엽(32·요미우리)이 비로소 여유와 미소를 되찾았다. 이승엽은 금메달을 딴 하루 뒤인 24일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김경문 감독, 주장 진갑용과 인터뷰를 마친 뒤 로비로 내려왔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는 오히려 사적으로 질문을 했다. “한국 분위기 어땠어요? 일본전에서 홈런 못 쳤으면 아마 한국에도 못 들어갈 분위기였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그는 “영영 한국 못 들어갈 뻔했네”라며 씩 웃었다. 그의 말로 미뤄볼 때 준결승 이전까지 극도로 부진했을 때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공식인터뷰 때도 “부진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다. 김현수 선수에게 ‘어떻게 하면 잘 치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준결승에서도 삼진, 병살타, 삼진으로 물러나 여기서도 못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운 좋게, 정말 생각지도 못한 홈런이 나와 ‘이제 됐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역시 ‘국민타자’였다. 22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2 동점인 8회 천금같은 결승 우월 2점홈런을 치더니, 23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1회초 결승 좌월 2점홈런을 쏘아올렸다. 한국은 3-2,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면서 아시아 최초로 ‘9전전승 퍼펙트 우승’ 신화를 썼다. 그리고 이승엽은 홈런 2방으로 자칫 ‘역적’이 될 뻔한 위기를 벗어나고 국민적 영웅이 됐다. 그는 “결승전 첫 타석 홈런도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었는데 넘어갔다. 운이 좋았다.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해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야구팀만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일등이다. 60개 고등학교에서 정말 대단한 일이다. 갈수록 팀도 줄고 선수 9명 맞추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어린선수들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금메달을 지키기 위해 KBO와 선수들, 위에 계신 분들도 조금 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름이 하늘을 떠도는 이유는 우렁찬 번개와 천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랜 침묵 끝에 베이징 하늘 위로 쏘아올린 그의 홈런포는 번개보다 더 빛났고, 천둥보다 더 우렁찼다. 그리고 한줄기 소낙비처럼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셨다. 베이징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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