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금메달속숨은에피소드]“승엽이형!오늘만큼은잘생겼네”

입력 2008-08-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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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영화 같은 우승신화를 썼다. 대한민국이 24명의 전사들이 써내려간 신화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 이면에는 말 못할 고민과 눈물도 있었고, 배꼽을 쥐게 하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이대호 “승엽이 형, 오늘은 잘생겼네.” 이승엽은 준결승 일본전에서 홈런을 친 뒤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의 홈런포 한방에 14명의 군미필자들이 무더기로 병역혜택을 받게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승엽은 룸메이트인 이대호의 말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형, 잘 생겼어. 오늘은 잘 생겨보여.” ○김성근의 징크스와 하일성의 징크스 ‘징크스 따지기’로는 금메달감인 SK 김성근 감독은 TV 해설을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왔다. 그런데 양말을 신지 않고 구두만 신은 채 야구장에 나온 날 한국이 이기자 끝까지 양말을 신지 못했다. 김 감독이 ‘맨발의 청춘’이었다면,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짝퉁 나훈아’. 한번도 수염을 깎지 못했는데 그의 수염은 백발처럼 하얀 색이었다. 주변에서는 “바지 벗는 시늉만 하면 나훈아하고 똑같다”고 거들었다. ○공, 공, 공...공을 찾아라 15일 캐나다전에서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뒀을 때 마지막 공을 이진영이 흥분한 나머지 관중석에 던져버렸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씨는 수많은 관중들을 헤치고 필사적으로 달린 뒤 공을 주운 한국인에게 “나, 현진이 아버지인데 내일 우리 아들 사인볼 줄 테니 돌려달라”고 사정사정해 공을 돌려받았다고. 결승전에서는 이승엽이 더블플레이로 처리한 마지막 공을 잡자마자 뒷주머니에 넣었다. “봉중근은 마운드의 흙을 퍼담기도 했는데, 기념적인 공을 간직할 생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승엽은 “흥분하면 잃어버릴 것 같아 KBO 매니저님께 드렸다. 내가 갖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이거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니냐”며 목에 걸린 금메달을 들어보였다. ○이승엽이 김광현에게 편지 쓴 사연은? 김광현은 22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를 이끈 뒤 “승엽이 형이 전날 ‘파이팅’하자며 편지를 써줬다”며 승리의 원동력을 이승엽에게 돌렸다. 그런데 정작 이승엽은 “부끄럽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광현이가 오버를 한 것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승엽은 “전날 모자를 샀는데 내가 쓰면 안되겠더라. 가만 보니 젊은 선수들 취향이라 부끄러워서 김광현의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냥 가면 누가 줬는지 모를까봐 몇 글자 적고 사인해줬는데 광현이가 과장되게 인터뷰를 한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명박 대통령과 무슨 얘기를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체육회를 통해 우승이 확정된 뒤 5분 만에 김경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우승 세리머니 때문에 연결이 되지 않았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 통화가 이뤄졌는데 김 감독은 “경기장이 너무 시끄러워 무슨 말씀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네, 네, 고맙습니다’만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대통령에게 실례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주변에서는 “이 참에 야구장 좀 새로 지어달라고 하지 그랬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발가벗은 꿈이 쿠바 유니폼으로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꿈을 꿨다”고 말했는데 “길몽인지 흉몽인지 몰라 내용은 나중에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금메달을 딴 직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발가벗고 인터뷰하는 꿈이었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실제로 인터뷰장에 나타날 때는 쿠바 유니폼을 입고 있어 눈길을 모았는데, 쿠바 안토니오 파체코 감독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축구선수들처럼 유니폼을 바꾸자고 해 기분에 바꿔입었다고 한다. ○안타 하나는 치고 가야지 이번 대회에서 유격수 박진만은 준결승까지 단 1개의 안타도 없었다. 김동주는 결승전 직전에 이런 박진만에게 “안타 하나는 치고 한국 가야하지 않겠냐”며 농담을 했는데, 박진만은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우전안타를 때렸다. 그리고는 이용규의 2루타 때 팀의 3번째 득점까지 올렸다. 3-2로 승리했으니 김동주의 면박(?)용 농담이 효과를 낳은 셈이다. ○사형장(?)에 끌려간 진주장? 주장이자 포수인 진갑용은 대만전 때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해왔다. 결승전 3-2로 앞선 9회말 1사만루 위기. 퇴장당한 강민호를 대신해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써야했던 진갑용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되나. 사형장에 끌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대현에게 무조건 변화구만 요구할 생각이었다. 세 번째 공을 받을 때 반쯤 일어섰던 것은 허벅지가 아파서 앉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대현의 마지막 공은 정말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베이징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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