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왕자이용대“윙크는끝났다”…대표팀합류,대만오픈겨냥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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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보름이었다. 팬들의 함성 속에 파묻혔고 하루 수천장씩 사인을 했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하얗게 분장을 하고, 셔터 소리에 맞춰 윙크를 날렸다. TV 속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호기심 많은 20세 청년은 멋진 신세계를 만끽했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올 시간. 1일 대표팀에 소집된 이용대(20·삼성전기)는 3일 오후부터 라켓을 다시 잡았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첫 대회는 9일부터 열리는 대만오픈. 첫 훈련을 5시간 앞둔 3일 오전, “이제 배드민턴만 생각하고 싶다”는 이용대를 만났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스프린터처럼 당장이라도 솟구칠 듯한 탄력을 품고 있었다. ○ 이제야 맘껏 먹는다 모든 것이 첫 경험. 처음 방송국을 간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웠고, 그래서 즐겼다. 그러나 서서히 불편한 점들이 생겼다. 이어지는 사인 공세 때문에 동료들과 밥 한끼조차 쉽지 않았다.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한번만 안아달라는 여성 팬들은 특히 난감했다. 어느새 외출할 때면 모자를 눌러쓰는 자신을 발견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식사문제. 이용대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지금도 배드민턴의 매력을 묻자 “살이 빠져요”라고 할 정도.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보름간 운동을 쉬면 5kg이 느는 것은 예사다. 하지만 현재 체중은 올림픽 때와 크게 변함이 없다. 전국을 누비며 일정을 소화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챙겼기 때문.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훈련시작일자(3일)보다 이틀 빨리 이용대를 불러들였다. 이용대에게 휴식과 영양보충(?)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좋아하던 된장찌개를 맛본 것도 대표팀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용대는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했다. ○ 화려한 보름, 좋은 추억으로 남기겠다 유명세를 타면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화려한 불빛만 쫓다 자신을 날려버린 스포츠 스타들의 전례 때문. 하지만 그는 ‘올림픽 특수’의 유효기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겉멋’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작부터 오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간의 사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스포츠 스타 검색순위 1위, 하루 미니 홈피 방문자 5만명. 어떻게 이런 수치들이 영원할 수 있겠어요? 저도 사람이니까. 솔직히 저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 조금 서운한 감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름간의 경험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또래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때 이용대는 라켓을 잡았다. 올림픽이 끝나면 잠도 실컷 자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남 화순에 있는 집에 한 번 다녀오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웃었다.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으니 여행을 다녀온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 이제 윙크는 안 할래 많은 이들은 이용대가 ‘단 한번의 윙크’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배드민턴 선수로서 이용대는 이미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중3 때 태극마크를 달며 박주봉의 최연소대표기록을 경신했고, 2006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3관왕에 올랐다. 고교시절에는 42연승을 달렸다. 3월 전영오픈에서는 정재성(26·삼성전기)과 호흡을 맞춰 남자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영오픈 역대 최연소 우승기록도 세웠다. “윙크 때문에 제가 유명해진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올림픽 이후 행사들에서 얼마나 많은 윙크를 했는지 몰라요. 많이 좋아해주니까 저도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윙크를 안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수원에 시축을 하러 갔을 때도 사양했다가 결국에 했거든요. 제가 이제 배드민턴 선수로만 전념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윙크가 없어도 이용대는 멋졌다. ○ 파워 보완, 런던에서는 남자복식에서도 메달 딴다 “제 실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올림픽 때도 상승세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큰 꿈이 있고, 열정이 있어요.” 이용대는 주니어 시절부터 박주봉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린선수답지 않게 수싸움과 두뇌 플레이에 강했기 때문. 복식은 네트 플레이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네트 앞에서 공을 짧게, 또는 길게 주면서 상대를 작전대로 끌어올 수 있다. “복식에서는 80% 이상 셔틀콕이 예상대로 옵니다. 나머지 20%만이 철저히 개인기량에 맡겨지는 공이죠. 재성이 형과의 남자복식에서는 제가 네트 플레이를 했고, 효정 누나와의 혼합복식에서는 효정 누나가 네트 플레이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경기의 키를 쥐고 있는 네트 플레이를 하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혼합복식에서는 제가 경기를 편하게 했어요. 효정 누나가 경기운영을 잘 하니까 저는 그저 뒤에서 스매싱만 열심히 했죠.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는 제가 네트 플레이를 하는 남자복식에서도 꼭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이용대는 파워 보완을 제1과제로 꼽았다. 어깨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최근 1년간 파워가 향상됐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했다. 정재성과 이효정(27·삼성전기)이 이용대와 호흡을 맞추게 된 것도 이들이 이용대의 부족한 파워를 보완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이에 비해 경기 운영이 좋다는 평을 듣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이것도 아직 부족하다. “점수를 줄 때 적게 주고, 딸 때는 많이 따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반대”라고 했다. 시간은 이용대를 강하게 할 것이다. ○ 최종목표는 2020년 올림픽 금메달 이용대의 최종목적지는 2020년 올림픽. 부산이 2020올림픽 유치계획을 갖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꼭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태어난 이용대는 “꼭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는 배드민턴 동호인 숫자는 많은데 비해 아직 ‘보는’ 배드민턴이 부족합니다. 관중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선수도 많아지겠지요. 중국은 최고 수준 선수 200명 가운데서 대표팀을 뽑는다면 한국은 20명 안팎에서 대표팀을 구성합니다. 더 많은 후배들이 배드민턴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배드민턴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2020년에는 훌륭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습니다.” 아직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을 할 수 있을지, ‘꽃미남’ 이용대가 서른두살에도 라켓을 잡고 있을지는 미지수. 하지만 “보름 동안 라켓을 못잡아봐서 몸이 근질근질 하다”며 연습장으로 향하는 이용대의 발걸음은 분명 가벼웠다. 수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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