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슈퍼맨의꿈“난특별하지않아요”…연극‘슈퍼맨처럼’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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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만난 자리에서 ‘애자’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있다. “제 친구는 애자예요. 깔깔깔” 해맑은 아이 입에서 나오는 단어치고는 듣기 불쾌한 말이었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실생활에서 장애자의 줄여 쓴 ‘애자’를 놀림말로 쓴다. 대학로 어린이 연극 ‘슈퍼맨처럼’(김민기 연출)의 주인공 동규는 바로 ‘애자’라는 놀림을 당하는 아이다. 교통사고로 척수마비가 된 동규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조금 모자란 아이’로 취급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격리해야 할 사람으로 바라본다. 동규는 다른 아이들처럼 두 손으로 농구도 할 수 있고 과학영재학교도 다니고 싶은데, 사람들은 동규를 ‘너무 특별한 사람’으로만 대하는 것이다. 동규는 힘센 ‘슈퍼맨’도 아니고 특이한 사람도 아니다. 단지 슈퍼맨과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슈퍼맨은 긴급 출동할 때 날아다니기 때문에 다리 힘이 필요 없다. 동규도 마찬가지다. ‘하반신 마비’인 동규는 다리에 힘을 줄 수 없다. 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집 안에서 슈퍼맨 놀이를 혼자 하는 동규는 그러나 밖으로 계속 나가고 싶고 나가야 한다. 연극 ‘슈퍼맨처럼’은 장애인 주인공과 가족, 친구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장애인 문제에 접근했다. 어린이 연극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들에게 웃음만을 강요하거나, 계몽적으로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죄 졌습니까? 밖에 나가고 그래야 운동이 되죠.” 중풍 때문에 휠체어를 타는 동네 할아버지는 동규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승원이도 그렇다. 축구광인 승원이는 휠체어를 타보고 싶은 호기심에 친구의 금속 워커를 끙끙거리며 신어본다. 장애인의 의족을 착용해보면서 아이는 혼자 넘어지고 짜증을 냈다가 이내 성공했다고 웃는다. 승원이와 동규가 친해지는 과정에서 객석의 아이들은 자지러질 듯 웃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배우들 율동까지 따라한다. 연극이 끝난 뒤 객석에서 “재미있다”라는 아이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최소한 이 연극을 본 아이들은 별 생각 없이 ‘애자’라는 놀림 말을 쓰지 않을 것이며, 길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보면 그들이 ‘불쌍’하기보다는 ‘불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6일부터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 ‘페럴림픽’도 속 깊은 마음으로 보게 될 것이다.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장면이 전환되거나 배우들이 함께 노래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나비넥타이를 맨 강근식, 조원익 두 명의 연주자는 친근한 할아버지처럼 무대 왼 편에서 함께 웃으며 플루트, 기타, 벨 플레이트, 베이스 등을 연주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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