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고 대목이라는 추석 시즌도 올해는 옛말이 될 전망이다. 연휴가 짧은 올 명절 극장가에 차려진 개봉영화 상차림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2006년 ‘타짜’처럼 명절의 여유를 즐기려는 남녀들을 영화관으로 유혹할 화제작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신작 3편이 11일 뚜껑을 연다. 코미디배우 김수로(38)가 영어교사로 나서 학교교육의 현실을 비꼰 ‘울학교 이티’, 공익근무를 마친 소지섭(31)의 컴백작 ‘영화는 영화다’, 그리고 일본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48)의 걸작을 영화로 옮긴 ‘20세기 소년’등이다. 앞서 개봉한 국산 블록버스터 ‘신기전’과 할리우드제 뮤지컬영화 ‘맘마미아’도 추석 흥행을 노리고 있다.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다만, 극장 티켓부스에서 망설이지 않고 단번에 선택할 결정적 작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울학교 이티’는 ‘추석코미디 부활’을 외치고 있다. 2년 연속 추석 극장가에서 밀려난 코미디 영화의 자존심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김수로를 내세워 회복하려 안간힘이다. 하지만 과거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등 시리즈로 이어진 코미디영화들에 비해 웃음이 펑하고 터지는 ‘한방’이 부족하다. 가벼운 영화를 부담 없이 보려는 관객들의 간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주연들은 부산까지 찾아가 ‘스쿨어택’행사를 벌이는 등 발품을 팔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는 시사회 이후 소지섭과 강지환(31)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 끈적끈적한 영화의 밀도 등으로 호평 받았다. 동시에 지나치게 어둡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덕(48) 감독의 시나리오를 신인 장훈(33) 감독이 대중적으로 가다듬기는 했다. 그래도 관객은 선뜻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있다. 모호한 영화제목도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급기야 영화에 투자까지 한 소지섭이 인터뷰 등을 통해 팬들에게 영화관람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TV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은 소지섭이 영화에서는 아직 흥행을 이끌어본 적이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많은 여성 팬들에게 군림하는 듯 보이면서도 포괄적 대중성을 갖춘 배우인지는 의문이다. ‘20세기 소년’은 국내에도 원작의 팬들이 많다. 이들이 몰려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을 스크린에 그대로 따라 그린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를 애써 찾아볼 만큼 만화 팬들의 원작 충성도가 높은가는 역시 의문이다. 영화는 3부작 중 1부 형식이다. 완성품이 아니라는 것도 흥행에 불리하다. 예전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3부작으로 개봉, 성공을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20세기 소년’은 이와 비교조차 무의미할 지경으로 스펙터클이 부족하다. 유료 시사회 형태로 변칙 개봉, 관객숫자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신기전’과 ‘맘마미아’가 추석 전후까지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오히려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미션 임파서블3’(MBC), ‘화려한 휴가’ ‘D워’(KBS2), ‘우주전쟁’ ‘슈렉3’(SBS) 등을 틀어주는 TV 편성표가 영화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