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공격수 조 콜(27, 첼시)이 2010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예선 안도라 전에서 2골을 작렬시켰다. 이런 조 콜의 활약을 보면서 최성국(25, 성남)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지나친 상상이었을까?
조 콜은 지난 7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스타디 올림픽 루이스 콤파니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예선 6조 1차전에서 안도라를 상대로 2골을 터뜨려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조 콜은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는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6위인 안도라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치자 비로소 그는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의 지시를 받아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이후 후반 4분과 10분, 조 콜은 날카로운 감각을 자랑하면서 두 골을 꽂아 넣었다.
프랭크 램파드의 프리킥을 수비수 졸리온 레스콧이 떨어뜨려주자 번개 같이 쇄도해 발리슛, 선제골을 넣었다. 6분 뒤 웨인 루니가 문전으로 땅볼패스를 전달하자 예의 재빠른 질주 끝에 가볍게 공을 밀어 넣기도 했다.
경기 후 조 콜은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안도라는 우리를 힘들게 했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안도라는 잔뜩 웅크린 채 도무지 전진할 생각을 안 했다″고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카펠로 감독이 ´나가서 뭐라도 좋으니 사고를 치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당시 경기에는 번뜩임과 활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콜의 인터뷰 내용은 10일 오후 9시 중국 상하이에서 북한과 결전을 벌일 한국에 적잖은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들어 북한과 3번이나 맞붙었다. 지난 2월 2008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 3월과 6월 월드컵 3차예선에서 두 차례. 동아시아선수권에서는 염기훈의 프리킥으로 한 골을 넣어 1-1로 비겼고, 월드컵 3차예선에서는 두 경기 모두 0-0 무승부에 그쳤다.
지난 3경기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느낌은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창끝이 무뎠던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수비 전술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단순히 수비수를 많이 배치하는 팀이 아니다. 개인의 수비 전술 이해도 또한 높은 팀으로 정평이 났다.
그런 북한이 잉글랜드 전 안도라처럼 잔뜩 웅크린다면 10일 경기에서도 득점을 올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봐야한다.
이처럼 힘든 상황이기에 한국 대표팀에도 조 콜처럼 번뜩이는 감각으로 북한 수비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북한 전을 닷새 앞둔 지난 5일 한국은 요르단과 평가전을 가졌다. 한국은 전반 5분 이청용의 헤딩골로 일찌감치 골을 신고했다. 그러나 후반까지 이렇다 할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경기는 생기를 잃어갔다.
그러던 후반 20분, 허정무 한국 감독은 김두현 대신 최성국을 투입했다. 최성국은 후반 23분 수비수를 드리블로 제친 뒤 오른발 강슛 날려 신호탄을 날렸다. 이어 3분 뒤인 26분 김치우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 탄성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최성국은 빠른 템포의 드리블로 요르단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최성국을 투입할 때 허정무 감독이 최성국에게 내린 지시도 카펠로 감독이 조 콜에게 했던 ´나가서 사고를 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밀집수비로 꽉 막혀버린 듯한 경기를 풀어내기 위한 묘수는 어쩌면 조 콜이나 최성국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번뜩이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최성국의 북한 전 투입 가능성은 K-리그에서 보여준 ´교체 성공률´을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성국은 소속팀 성남의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슈퍼 서브´로 중용되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던 최성국은 여름 휴식기 이후 최고의 조커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6월말부터 8경기에 출전해 선발 출전은 1번, 교체투입은 7번을 기록했다.
적다면 적은 기회 속에서도 최성국은 4골-2도움의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쳐 상대팀에게 두려움을 안기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7일 상하이에 도착한 뒤 ″기량 차이가 많이 나면 상대가 밀집수비를 해도 골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기량이 비슷한 팀끼리는 쉽지 않다″면서 ″찬스가 왔을 때 골을 넣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발언은 곧 골 찬스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외의 움직임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골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성국 같은 선수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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