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감독의금메달그후…“재방송보면내뚝심에나도깜짝”

입력 2008-09-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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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9회말무사2루번트사인없는내표정웃겨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야구 사상 최초 금메달을 지휘한 두산 김경문 감독은(사진) 10일 대구구장에서 올림픽과 대표팀에 관한 소회를 털어놨다. 그동안 후반기가 개막되고, 소속팀에 신경쓰느라 대표팀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그였다. ○나도 올림픽 재방송 보고 놀라고 있다 김 감독은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단 미팅을 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제 어떤 사인이 나올지 모르니 생각은 하고 있어라”는 주문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이 작전을 잘 내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선수들이 넋을 놓고 있다 갑자기 사인이 나올 경우 당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올림픽에서도 시즌 때처럼 크게 작전을 걸지 않았다. 그는 “지금 재방송 화면을 보면 나도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미국하고 붙을 때 그쪽에서 힘으로 나오면 우리도 힘으로 붙고 싶었다. 9회초에 역전당하고 9회말 정근우가 무사에서 2루타로 나갔는데 번트를 대지 않았다. 덕아웃에 앉아있는 내 표정을 보니 웃기더라. 선수들이 작전이 나지 않자 자신들이 해결해야한다고 더 응집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젠 너희들이 후배를 도와야 한다 김 감독은 “류현진이나 김광현은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투수들이다. 앞으로 부상 없이 몸관리를 잘해 롱런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나중에 또 다른 좋은 투수가 튀어나오겠지만 둘이 주축이 된다면 앞으로 대표팀 전망도 계속 밝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감독은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딴 날, 류현진 김광현 등 군면제를 받은 14명의 선수들에게 한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선배들이 너희들을 위해 그랬듯이 나중에 너희들도 후배들을 도와줘야한다. 선배들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고. 한국의 힘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최강의 팀워크였던 셈이다. ○올림픽 때 잠 못자고 2∼3시간 배회 그는 최근 일본대표팀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일본 내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소위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에 대해 “국적을 떠나 같은 감독으로서 솔직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호시노 감독은 최근 TV 방송프로에 출연해 “일본은 이지메(집단 괴롭힘)의 나라가 돼 있다”는 말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김 감독은 “사실 대표팀 감독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나는 밤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선수촌을 2∼3시간 배회했다. 방에 있으면 잡생각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밑져봐야 본전이다. 편하게 하자. 지면 얼른 들어가서 고개 숙이자’고 계속 되뇌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긴 나도 이 정도였는데 호시노 감독 속은 어떻겠느냐. 대표팀 맡겠다고 해서 맡은 것도 아닌데, 그냥 있었으면 일본에서 존경받는 감독이었을 텐데 올림픽 감독 한번 맡았다가 졌다는 이유로 저렇게 비난을 받지 않느냐”고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WBC는 대표팀 전임 감독제 시행했으면… 김 감독은 “솔직한 심정으로 WBC 감독은 맡고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우승 한번 했다고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제 두산에서 5년째 녹을 먹고 있다. 구단에서 우승시켜달라고 감독을 맡겼는데 2등만 했다. 감독 되고 5년 안에 우승 해보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재계약이 되면 내년에 팀을 만들어서 우승 한번 해야하지 않겠나. 캠프를 2년 연속 비우고 팀을 이끄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쉬고 계시는 훌륭한 원로감독들이 많이 있다. 내년 WBC부터 우리도 전임제를 한번 시행해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중에 다시 분위기가 되면 선동열 감독 같은 현역 감독이 다시 한번 맡는 쪽도 괜찮치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구=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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