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일변도´틀깬北, 44년만에새역사쓸까?

입력 2008-09-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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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세가 무섭다. 한층 높아진 자신감으로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 축구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북한은 당초 밀집수비를 바탕으로 웅크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기 흐름에 따라 공수강도를 조절하며 후반 한때 한국에 1-0으로 앞서는 등, 한층 성숙한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 일변도의 경기 흐름을 예측했던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한 판이었다. 지난 2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08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북한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미지의 팀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동물적 감각을 앞세운 스트라이커 정대세(24,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다투는 한국과 일본의 골망을 연달아 흔들며 주가를 올렸지만, 그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움직임을 간파당한 정대세는 이후 특출난 움직임을 선보이지 못한 채 최전방에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또다른 해외파 홍영조(26, FK로스토프)가 가세한 북한은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번 한국전은 최근 북한 축구의 상승세를 그대로 드러낸 경기였다. 이전까지 양쪽 측면에서 넘어오는 긴 패스에 이은 순간역습이라는 단순한 공격패턴을 유지했던 북한은 빠른 공수전환으로 안정감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특히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대각선 긴 패스를 연결하며 수비 빈 공간으로 공을 찔러주는 모습은 북한이 더이상 투박한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정대세가 막히면 홍영조, 문인국(30, 4.25), 차정혁(23, 압록강) 등이 파고드는 2선 공격과 패스 조직력은 오랜 기간 합숙을 통해 다져진 조직력이 정점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이번 무승부로 1승1무 승점 4점을 기록, 최종예선 B조 1위를 지킨 북한은 오는 10월 15일 테헤란 원정길에 올라 중동의 강호 이란과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 이후 오는 2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긴 휴식에 들어가는 북한은 이란전에서 최소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지난 1966잉글랜드월드컵 본선진출 이후 44년 만에 세계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알리 다에이 감독이 이끄는 이란이 세대교체로 그동안의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북한이 자신들의 실력만 제대로 발휘한다면 또다시 아시아를 놀라게 할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42년 전 월드컵 8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북한 축구가 아시아의 벽을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지 지켜 볼 일이다. 【상하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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