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바둑게임바투에대한기대

입력 2008-09-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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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재미있지만,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세상 천하에 이처럼 지루한 게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모든 게임에는 재미를 느끼게 되기까지 ‘학습기간’이란 것이 있습니다. 룰을 배우고 어느 정도의 기술을 익혀 게임의 묘미를 알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을 말합니다. 바둑은 아마도 세상 모든 게임들 중 ‘학습기간’이 가장 긴 게임일 것입니다. 바둑을 직접 둘 수 있게 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관전의 맛을 알기에는 1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문외한이라 해도 고스톱은 룰만 알면 곧바로 게임에 임할 수 있고, 스타크래프트 역시 조금만 익히면 스타플레이어들의 경기를 보며 열광할 수 있지만 과연 한두 달 바둑을 배운 사람이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며 “오! 저런 묘수를 두다니!”, “흑이 아무래도 두터워 보이는데?” 수준의 감상을 하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바둑계 -특히 IT업계- 에서는 ‘초심자들도 쉽게 바둑을 접할 수는 없을까?’, ‘뭔가 바둑을 응용한 게임을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하는 고민을 줄기차게 해 왔습니다. 실제로 몇몇 게임업체들이 도전장을 낸 일이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전원 패퇴. 2000년대 초반 엄청난 예산을 들여 스타크래프트 못지않은 바둑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결국 모든 사업을 포기하고 현재 평범한 바둑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도 있지요. 그런데 최근 한 게임업체가 내놓은 바둑게임 하나가 눈길을 ‘확’ 잡아끕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 온미디어의 자회사인 이플레이온에서 공개한 ‘바투(BATOO)’가 그것이지요. 이 업체에서는 2년 간 바투를 개발하면서 조훈현, 박영훈, 강동윤, 송태곤 등 정상급 프로기사들을 초빙해 기능과 재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고 합니다. 바투는 ‘바둑 아닌 바둑’ 게임입니다. 19줄 바둑판이 아닌 11줄 바둑판에서 두어지는 만큼 수읽기 부담이 적고, 상대에게 돌을 보여주지 않는 히든카드와 보너스점수, 미리 3개의 돌을 놓고 시작하는 ‘베이스빌드’, 상대의 감추어진 돌을 찾아내는 ‘스캔’ 등 흥미로운 게임성을 가미했습니다. 직접 바투를 해 보니 마치 인터넷 플래시 게임을 즐기는 듯하면서도 바둑의 향기를 잃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력의 차이가 100% 반상을 지배하는 바둑과 달리 바투에서는 프로기사와 아마추어가 ‘맞짱’을 뜰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바투를 해 본 조훈현 9단도 “이거, 재미있다”면서 감탄을 했다더군요. ‘21세기형 바둑전략게임’이라는 바투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바투로 인해 바둑과 ‘첫 사랑’을 품게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바투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 바둑으로 가는 친절한 지름길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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