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이날경매는따뜻했네

입력 2008-08-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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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는 이색적인 경매가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둑 두는 곳에서 웬 경매?’ 싶기도 하지만 이날 경매에 나온 물품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이 경매는 ‘아저씨’ 남자 기사들과 ‘아가씨’ 여자 기사들의 릴레이 단체전으로 2년째 흥행몰이에 성공한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연승대항전이 무사히 대회를 마치고 가진 일종의 ‘뒤풀이 행사’였지요. 프로기사들과 바둑팬들이 아끼던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았고, 수익금 전액은 바둑꿈나무 기전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하니 그 뜻 또한 박수를 아낄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경매에는 국내 톱 랭커들의 서명 바둑판, 지지옥션 대국에 실제로 사용된 - 물론 대국자들의 사인이 들어간 - 바둑판과 통, 희귀서적, 서예작품 등 총 54점이 출품되었습니다. 바둑판 중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2000년 제4회 응창기배 준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이 중국의 위빈 9단과 두었던 ‘응창기반’으로 360만원에 팔렸습니다. 지지옥션 대국반으로는 조훈현 9단과 조혜연 8단이 번외경기로 두었던 바둑판이 31만원에 나갔지요. 그밖에 국내 톱 랭커들의 사인반과 기타 바둑판들은 대략 21만원∼30만원 수준으로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가격이 많이 ‘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 행사가 본시 수익목적이 아닌 기전홍보와 꿈나무육성기금 마련에 있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면 ‘참여’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날 가장 비싼 가격에 나온 바둑판은 시작가 1억 2000만원짜리 현목 목상감바둑판이었지요. 목공예가 김종환 씨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로 알려진 현목에 목상감 기법으로 전통 고유디자인을 새겨 넣어 만든 예술작품입니다. 물론 경매에서는 고가로 인해 유찰되고 말았지만 ‘눈요기’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물품만이 아니라 ‘사람(?)’도 경매에 나왔습니다. ‘정관장배의 여인’ 이민진 5단과의 지도대국이 62만원에 낙찰되어 이 부문 최고가를 기록했지요. 이리하여 이날 모인 경매수익금액은 탈탈 털어 1240만원. 밝힌 대로 이 돈은 전액 바둑꿈나무기전 기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아참, 경매에서 한상훈 3단의 사인반이 25만원에 팔렸습니다. 이 가격은 이창호, 박영훈, 목진석 등 톱 랭커들의 판매액 22만원보다 ‘3만원씩이나’ 높은 것이었지요. 이날 행사의 취지가 ‘꿈나무 밀어주기’였던 만큼, ‘이름값’보다는 ‘의미값’이 더 높았던 모양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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