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클래식]요녀의엽기오페라…국내선‘팬티소동’겪고초연

입력 2008-09-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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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오페라‘살로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는 한 마디로 말해 ‘엽기적인 오페라’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14장 3절∼12절에 등장하는 요녀 살로메. 이 오페라는 헤롯왕과 그의 의붓딸 살로메, 그리고 예언자 세례 요한의 비정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 에피소드는 중세 이후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음악과 미술, 문학을 통해 예술로 승화되어 왔다. 오페라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희곡 ‘살로메’를 대본으로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살로메가 요한의 잘린 머리를 얻기 위해 헤롯왕 앞에서 몸에 걸친 일곱 개의 베일을 차례로 벗으며 추는 ‘일곱 베일의 춤’이다. 이런 도발적인 장면이 보수적인 당시 음악계에서 “오오, 과연 걸작이로군”하고 순순히 받아들여졌을 리 만무하다. 1905년 12월 드레스덴 국립오페라극장 초연 때에는 무려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빈과 베를린, 뉴욕에서는 ‘음란공연’으로 낙인 찍혀 공연을 중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외국에서는 바그너, 푸치니의 작품만큼이나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살로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그랜드 오페라로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그런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살로메는 한국 초연에서도 ‘곱게’ 넘어가지 않았다. 개막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헤롯왕 역을 맡은 테너 한윤석과 김경여가 중도 사퇴하는 대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독일 출신의 연출가 카를로스 바그너가 헤롯왕에게 붉은색 짧은 하의를 입도록 했는데 두 사람이 “빨간팬티를 입고 무대에 오를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연출자 역시 “삼각팬티는 헤롯왕의 유아적이고 안하무인의 성격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이번 공연에서는 긴급 섭외된 독일의 테너 게르하르트 지겔이 헤롯왕을 맡는다. 살로메는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부터 열고 있는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 중 두 번째 선택작품이다. 첫 공연이었던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2007년 6월 공연)는 탁월한 작품성에 비해 관객 흥행이 저조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객석 점유율 82%의 성황을 이뤘다. ○ 10월2일∼5일|LG아트센터|문의 586-5282 티켓|3만원∼9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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