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타디움의마지막캡틴데릭지터

입력 2008-09-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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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008년 9월 21일. 뉴욕 양키스의 그 경기 마지막 타자였던 데릭 지터가 9회말 2아웃에서 윌슨 베터밋과 교체돼 나가며 관중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한다. 7-3, 4점의 리드였지만 마리아노 리베라가 마운드에 올랐고, 브라이언 로버츠를 1루 땅볼로 잡아내는 순간 덤덤한 악수를 한다. 이 날은 양키스타디움의 85년 역사가 마무리 되는 날이었다. 베이브 루스의 홈런으로 시작된 양키스타디움은 그 역사와 전통 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탄생했지만 현역, 그리고 최소한 미키 맨틀 이후 최고의 스타는 역시 데릭 지터였다. 또 다른 양키스타디움의 스타 조 지라디 감독은 지터를 끝까지 경기에 투입하는 대신 마지막에 교체시켜 관중들과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고, 카메라는 경기 상황보다 더 열심히 지터에게 향해있었다. 양키스타디움의 마지막 주장 지터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곳에서 펼쳐졌던 많은 전통과 역사와 추억이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해질 것이라 말했다. 양키스에서 데뷔해 양키스에서만 뛴 그는 14년 간 양키스의 유격수로 12번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과 6번의 월드시리즈를 경험했다. 지난주에 루 게릭을 넘어서 양키스타디움 최다 안타 기록을 갱신한 지터는 바로 전 경기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왼손에 부상을 당해 양키스타디움 고별전에는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스타팅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비록 5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이미 앞선 1,274개의 안타가 충분히 그를 빛내고 있었다. 마지막 시즌을 맞아 오프시즌 때 양키스타디움 투어를 열기도 했던 그들은 경기 전 오전부터 관중들을 입장시키며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갈 구장의 아쉬움을 함께했다. 지라디 감독은 팬들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었고, 지터도 이날은 경기 전 배팅 연습보다는 구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키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관중석을 꽉 매운 54,610명의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양키스는 85년 동안 총 4,133승 2,430패 17무를 기록했다. 이 경기장을 개장한 첫 해인 1923년을 시작으로 무려 26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11번의 노히트노런과 3번의 퍼펙트게임이 있었다. 양키스 팬들은 양키스타디움의 마지막이 되는 이번 시즌에 하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을 너무도 아쉬워하고 있다. 최후를 기리는 뜻에서 이곳에서 진행된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 마이클 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무려 15회까지 간 올스타전 사상 최장 이닝 기록을 세웠지만, 팬들은 아마 긴 시간의 경기보다 긴 기간의 경기를 더 원했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보스턴에 뒤져있는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다만 그 덕에 양키스타디움의 마지막 경기가 벌어질 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는 게 어쩌면 다행이라면 다행?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역사적인 4-1 승리를 거둔 1923년 4월 18일, 그로부터 86년 뒤인 2009년 4월 16일에 그들은 1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새로 개장한 새 양키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치른다. 이름은 같지만, 결코 똑같은 곳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지터의 말 대로 이곳에선 또 이곳에서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리라는 사실이다. -mlbpark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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