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재즈의즉흥연주와정석

입력 2008-10-0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재즈의 진정한 의미는 즉흥연주에 있다. 즉흥연주가 빠진 재즈는 골뱅이가 들어가지 않은 골뱅이 무침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정체성부터 의심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재즈 연주자들은 어쩌면 그렇게 즉석에서 척척 애드리브를 쳐내는 것일까? 세상의 재즈 연주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창의력이 펑펑 솟아나는 천재들이란 말인가?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재즈 연주자라고 해서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작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연주가들은 평소 수백 개의 프레이즈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놓는다. 그리곤 필요할 때마다 적당한 것들을 꺼낸 뒤 분위기와 느낌에 맞춰 적당히 주물러 연주해 보이는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연주가일수록 ‘준비된 메뉴’가 다채로우리라는 것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 만들어낸 ‘독창적 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바둑으로 치면 정석과 닮았다. 프로기사들은 어려서부터 수백 개의 정석을 체화시켜 놓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국 시 매 순간마다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정석을 꺼내들게 된다. 여기서의 정석은 폭넓은 의미에서의 정석이다. 단순히 귀에서의 절충을 말하는 정석이 아닌, 일종의 ‘패턴’이라고 보면 되겠다. <실전> 흑4로 붙인 수로는 과거 <해설1> 흑1로 귀를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실전>처럼 그냥 붙이는 수가 대세이다. <해설1>의 변화가 흑에게 불만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석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실전> 흑4에 백5로 젖히는 것이 정수. 초심자들의 경우 <해설2> 백1로 끼워 3으로 잇는 수를 왕왕 두곤 하는데, 이는 백△의 위치가 어정쩡해진다. 프로의 바둑이라면, 백이 망했다고 봐야 하는 수준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 | 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