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롯데박종윤의해뜬날

입력 2008-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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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다이빙캐치’그남자낯설죠? 7년만에날개펼친내남편입니다”
아내 주미경(26) 씨는 한참을 울었답니다. 9월 4일 LG전. 남편의 이름 석자가 선명히 새겨진 사직구장 전광판을 바라보면서요. 주 씨의 남편 박종윤(26·롯데·사진)은 이날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습니다. 관중석에 앉은 아내는 남편이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내자 또 눈물을 흘립니다. 팬들이 남편의 이름을 목 놓아 외치는 걸 듣고 한 번 더 웁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울음을 멈출 줄 모릅니다. 박종윤과 주 씨는 12월7일 고향 울산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하지만 이미 부부입니다. 둘 사이에 8개월 된 딸 서현이가 있거든요. 지난 겨울에 딸이 태어나면서 결혼식도 미뤄야 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복덩이’입니다. 박종윤은 “서현이를 얻은 후부터 모든 게 잘 풀려요. 이렇게 가을잔치에도 나가게 됐잖아요”라며 웃습니다. 썩 행복하지는 못했던 선수 생활입니다. 중 3때 시작한 야구로 3년 만에 롯데의 지명을 받았을 때는 ‘나도 행운아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프로 입단은 진짜 경쟁의 시작입니다. 2001년 투수로 입단했지만 이듬해 타자로 전향했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습니다.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아내를 만나면서 인생에 빛이 들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칠 무렵, 초등학교 동창이던 주 씨와 우연히 재회했습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해 곧바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주 씨는 내성적인 박종윤을 앞장 서 이끌어줬습니다. 한 달 전. 1군 엔트리가 확대되면서 박종윤도 기회를 잡았습니다. 큰 희망은 품지 못했습니다. 그 때 주 씨가 남편의 손을 잡았습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서현이를 생각해서라도 이를 악물어보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인상적인 안타들이 나왔습니다. 로이스터 감독도 그런 박종윤이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1군 고정 멤버들을 제치고 열다섯 번이나 경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오후. 준PO 엔트리가 발표됐습니다. 그의 이름이 들어있습니다. 아내는 또다시 눈시울부터 붉어집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사흘 후 열린 2차전에는 8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합니다. 그리고 4회 박진만의 파울타구를 기가 막힌 호수비로 건져냅니다. 그 순간에도 주 씨는 눈물을 흘렸을테고 그녀의 눈물샘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아내를 세 번 울리고도 자랑스러운 남자. 그는 롯데의 박종윤입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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