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옴므파탈-팜므파탈’뜬다

입력 2008-10-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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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나쁜 여자’들이 안방극장에 넘나들고 있다. 물론 착하고 매너 좋은 남자, 여자들은 여전히 인기다. 하지만 착한 남자보다는 거칠고 반항적인 이미지의 남자에게 끌리고, 청순하고 온화한 여자보다는 요염하고 도발적인 여자에게 시선이 몰리고 있다. ○ 옴므파탈 “난 나쁜 남자야” ‘옴므파탈’.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상대 이성을 파멸시켜 버리는 ‘옴므파탈’은 드라마에 과거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캐릭터는 MBC ‘에덴의 동쪽’ 박해진. 사악한 재벌회장(조민기)의 피를 이어받은 신명훈 역의 박해진(사진)은 돈과 명예, 사랑까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친구의 연인을 겁탈해 결혼하는 나쁜 남자다. KBS 2TV ‘바람의 나라’에서 도진 역을 맡은 박건형은 악한 남자로의 변신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친절한 캐릭터다. 극 초반 송일국이 맡은 무휼과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다가 자신의 목적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가차 없이 무휼을 죽이려는 인물이다. 시대극과 사극에 등장하는 나쁜 남자들과 달리 신성록은 현대극에서 현실적인 나쁜 남자를 연기한다. MBC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신성록은 ‘냉동인간’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자신을 배신한 연인에 대한 복수로 이소연과 계약결혼을 제시, 결혼식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파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쁜 남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의 모습을 본 순간 구토가 치밀었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여자를 냉동창고에 갇히게 하는 나쁜 남자다. ○ 팜므파탈 “당신, 부숴 버릴 꺼야” 아름다움으로 상대를 유혹해 파멸시켜버리는 ‘팜므파탈’ 역시, 여성 캐릭터에서 빼놓을 수 없다. SBS ‘타짜’에서 정마담 역을 선보이고 있는 강성연은 도박판에서 미모로 상대를 교란해 빈털터리로 만든다.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김민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한예슬)를 위험에 빠트리는 악녀다. 27일부터 시작하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는 장서희가 팜므파탈을 연기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하나밖에 없는 친구의 배신으로 죽음에까지 내몰리다가 전형적인 팜므파탈로 변신한다. 자신의 부모에게 조차 비밀을 숨기고 철저하게 악녀로 변신, 전 남편을 유혹한 후 파멸로 내몬다. 하지만 현재 안방극장 악녀의 최고는 단연 홍은희(사진)다. MBC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에서 홍은희는 지고 못사는 성격으로 조금만 손해 봐도 억울해서 밤잠을 설치는 여자. 자신이 저지르는 온갖 나쁜 짓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납치, 살해시도, 청부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나쁜 남자, 나쁜 여자들의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S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정말 못됐다’고 욕을 하면서도 밉지만 화려하고 당당한 그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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