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삼성이상목의쓸쓸한한숨

입력 2008-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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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4차전,그빚꼭갚으려했는데…”
그 날 삼성 이상목(37)이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플레이오프 4차전 얘깁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선발 1이닝 5실점 강판. 다음 투수가 미처 몸을 풀기도 전에 뻥뻥 얻어맞았습니다. 삼성은 그 점수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고요. 그는 참담했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데…. 두산전에는 원래 자신이 있었고…. 또 우리가 2승을 먼저 했으니까 내가 잘 했으면 금방 끝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그런 결과가 나오니까….” 쉽사리 말을 맺지 못하고 여운을 남깁니다. 그는 그 날 잠을 못 이루고 밤새 뒤척였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여서 더 그랬습니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삼성에 입단했던 그는 두 팀을 거쳐 15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선수 생활의 꽃을 피운 팀은 한화였고, 가장 많은 돈을 준 팀은 롯데였지만, 고향팀 삼성 역시 그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시 한번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까요. 2억5000만원이던 연봉이 1억원으로 깎였어도 ‘새로 시작하겠다’는 각오만 다졌고, 아무도 기대하지 못한 5선발로 활약하면서 제 몫을 해냈습니다. 시즌 중 그가 연패를 끊고 선발승을 따낸 다음 날, 선동열 감독은 “이제 연봉 몫은 다했네”라고 농담도 했답니다. 그렇게 찾아온 7년 만의 가을잔치입니다. 게다가 “준PO 4차전에 선발로 나갈 준비를 하라”는 귀띔도 받았습니다. 30대 후반의 투수에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기회. 준PO는 아쉽게도(?) 3차전에서 끝났지만 PO에서 다시 그를 기용한다고 했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가지고…. 진짜 어린애처럼 어쩔 줄 몰랐는데….” 그랬는데 야속하게도 그런 결과가 나온 겁니다. 조금이나마 만회는 했습니다. 2-6으로 뒤진 5차전 7회초. 등판하란 얘기에 마운드에 올랐고, 열심히 던졌습니다.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그 사이 타선은 열심히 두산을 추격했습니다. 딱 한 방만 더 쳤더라면 이겼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역전극은 벌어지지 않았지만요. “기분이 좀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전날 이렇게 던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니까….” 그래서 그는 “앞으로는 그 날의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던질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서른일곱 노장에게, 다시 이를 악물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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