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안뛰는게작전vs안던지는게견제

입력 2008-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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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뛰는야구‘인내심발휘’효과…피치아웃등볼카운트타자에유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와 두산은 국내 8개구단 중 최고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두산은 189개, SK는 170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발야구’ VS ‘발야구’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다. ○ 뛰어야 기동력은 아니다 두산을 보면 오히려 페넌트레이스보다 주자들이 덜 뛰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장점인 도루를 1개도 성공하지 않고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도루시도도 고영민(2회,실패)이 유일했다. 두산은 발빠른 주자들이 스타트 흉내만 내면서 인내심을 발휘했는데, 때로는 이같은 행동이 도루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 배터리는 주자에게 신경을 쓰며 볼배합을 하다보니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리거나 직구 위주의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타자가 유리한 상황을 맞는 것이다. 기동력의 팀이 얻는 또하나의 장점이다. 2차전에서도 양팀 포수는 주자를 극도로 신경썼다. SK 박경완은 1회초 2사 후 1루주자 오재원이 나가자 김동주 타석 초구에 피치아웃을 했다. 채상병도 3회말 선두타자 정근우가 살아나가자 2번 박재상 타석 초구에 피치아웃을 시도했다. 그러나 주자들은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다. 수비측에서는 볼 1개를 손해보고 들어간 셈이다. ○ 던져야 견제구는 아니다 수비측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주자를 견제한다. 반드시 1루에 계속 견제구를 던져야만 주자를 묶는 것은 아니다. 두산과 플레이오프를 치른 삼성은 투수들이 인터벌을 길게, 혹은 짧게 하며 두산 주자들의 스타트 타이밍을 뺏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1-1 동점인 5회말 1사 1·3루서 SK 1루주자 조동화가 투수 맷 랜들의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가끔 투수가 이런 상황에서 3루에 던지는 척하다 1루에 공을 던지는데 일반팬들은 “저런 견제에 누가 걸릴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루주자는 우완투수의 경우 엉덩이 근육이 움직일 때 투구동작이라는 판단으로 스타트 타이밍을 잡는다. 그래서 조동화도 이에 당했던 것이다. 랜들로서는 ‘걸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견제였지만 중요한 순간에 효과를 봤다. 2차전 5회초 두산 오재원이 SK 정우람에게 견제사 당했다. 역시 투수가 다리를 올리는 시점에 스타트를 끊다가 견제구에 횡사했다. 삼성 강성우 배터리코치는 플레이오프 때 덕아웃에서 계속 포수에게 사인을 냈다. 그러나 강 코치는 “거의 다 가짜사인이었다”고 털어놨다. 상대주자의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뛰는자’와 ‘막는자’의 싸움은 또 하나의 전쟁이다. 문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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