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야구천하지대본’

입력 2008-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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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경남 진영을 지나가던 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 봉화마을에 들러 ‘봉화오리쌀’을 구입하고, 한참을 들판에 서성였다. 일요일은 시골집에서 아침부터 지난봄에 심은 고구마를 캐고, 채소를 수확하고, 아이들과 감을 땄다. 그 뜨겁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것이다. 본질적으로 농사는 순리에 대한 이해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농사꾼이 세상의 근본이라는 뜻이 아니다. 심은 만큼 거두게 하여 하늘과 땅의 진리를 깨닫게 하려는 자연의 섭리이다. 봄에 씨를 뿌리는 것은 만물의 생기를 의미하고, 여름에 잘 가꾸어 자라게 하는 것은 생명 사랑이며,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것은 노력의 대가이며, 겨울은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다. 농사와 프로야구 시즌은 계절이 일치하며 작동기제와 메커니즘이 닮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이후에 농사는 ‘하늘’에, 야구는 ‘야구 神’에 의지한다. 결과는 누구도 모르니 결국 ‘자연의 섭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야신’김성근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 김경문 이라는 두 거장의 ‘덤’승부이다. SK는 이미 페넌트레이스 1위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두산은 항상 약한 전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보여줬다. 더 이상을 바란다면, 그것은 선수나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기전 특히 한국시리즈는 ‘작전’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김성근 감독이 전략과 전술이 부족해서 이제껏 생애 1회 우승 밖에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중심의 야구’를 완성했지만 무관의 제왕에 그치고 있는 이유가 능력부족은 아닐 것이다. 두 감독은 이미 성공적인 2008시즌을 완성했다. 적어도 2008 SK는 전 세계 어떤 팀과 맞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 ‘극강의 팀’이고, 두산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몬스터 팀’이다. 스포츠가 아무리 결과론적 평가방법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진 그 과정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건 그래도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사술(邪術)’이 아니라 ‘진짜’가 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든 야구든 인간의 이성과 의지만으로는 안 될 때도 있다. 이미 두 감독은 야구에 관한한 이러한 이치를 깨달은 듯 보인다. 그래서 남은 한국시리즈는 더욱 ‘멋진 승부’가 기대된다. 이미 1차전을 통해 드러나듯 김성근 감독의 전술은 상대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하고, 그것을 극복한 두산은 ‘미라클 야구’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전 경기가 공중파로 중계되는 한국시리즈. 부디 두 팀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에게, 야구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승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길 바란다. 거의 4시간에 걸친 공중파 중계가 전파낭비가 아님을 증명하는 길은 야구에도 ‘가치와 철학’이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적어도 김성근과 김경문 감독은 자기방식대로 증명가능하다. 전 용 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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