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정상vs정상

입력 2008-1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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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박정상이다.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다. 정상의 승부사들의 만남이다. 이세돌이야 대한민국 랭킹1위의 기사이고, 박정상은 이름부터가 ‘정상’인 사람. 두 사람이 스튜디오로 들어서기 전, 빈 바둑판 위에선 벌써부터 불꽃이 파르르 몸을 떤다. 돌을 가리니 박정상의 흑번. 뜸 한 번 들이지 않고 우상귀 화점에 첫 수를 놓는다. 프로들은 중요한 대국을 앞두고 판을 어떻게 짜나갈 것인지 구상을 해두는 경우가 많다 <실전> 흑1의 날일자를 본 검토실의 기사들이 ‘야!’하고 감탄한다.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일단 참신한 수법이라는 데에 목소리가 모아졌다. 이 수는 백으로 하여금 <해설1> 1로 받아달라는 것이다. 물론 백이 받아서 나쁠 것은 없다. 흑은 2·4가 준비해 둔 수순. 흑12까지 흑이 귀의 집을 늘리게 된다. 선악을 떠나 이세돌은 상대의 의중대로 두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 <실전> 백2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백이 손을 뺐으니 <실전> 흑5의 침공은 당연하다. 백 눈목자 행마의 급소를 쿡 찌르고 보았다. 이세돌 역시 각오했던 바이다. 우변을 방치한 채 백6·8로 다른 길을 간다. <실전> 백6이 좋은 수. <해설2> 백1·3으로 두어 당장 흑과 사생결단을 내는 것은 무모하다. 흑이 한 수 빠른 수상전인 것이다. 박정상도 완력이라면 어디 가서 주눅들 사람이 아니다. 이세돌의 공격력이 절륜하다 하나 박정상쯤 되면 한 수만 삐끗해도 치명적인 반격이 들어올 것이다. 게다가 요즘 이세돌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이겨도 내용이 전 같지 않다. 힘겨운 역전승이 많다. 박정상도 이세돌의 최근 기보를 보았을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상대의 경기 비디오를 보며 전략을 짜듯 프로기사들은 기보를 보며 상대의 허와 실을 살핀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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