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퇴장…항의…난장판라이벌전

입력 2008-1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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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성남FA컵8강전스프링클러오작동시비
“왜 우리 쪽에만 물을 뿌려요?” “왜, 우리한테만 퇴장 줘요?” ‘앙숙’ 포항과 성남의 2008 하나은행 FA컵 8강전이 열린 5일 포항 스틸야드. 하프타임을 마치고 후반 킥오프가 될 즈음 그라운드 한 쪽 면에서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후반전이 10여 분 가량 지체됐다. 아울러 후반 도중에는 성남 수비수 김영철의 퇴장으로 역시 경기가 약 15분 간 지연됐다. 인저리 타임만 무려 12분이 주어졌다. 1-0으로 앞선 채 하프타임 휴식을 갖고 필드로 나오던 김학범 성남 감독과 김도훈 코치는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며 몸을 풀던 선수들을 갑자기 벤치 쪽으로 불러들였다. 이유는 명쾌했다. 왜 성남 진영에만 물을 뿌렸냐는 것이다. 곧바로 대기심에 다가가 ‘포항 쪽에도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라’고 항의한 김 감독은 김덕길 경기감독관 지시로 포항 진영에 물이 뿌려지는 장면을 보고나서야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하지만 포항 측 해명은 궁색했다.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했다는 것. 포항 관계자는 “어제(4일)도 물이 한 쪽만 나와 팀 훈련을 필드 반면만 활용해야 했다”고 변명했다. 이어 그는 “공단이 따로 경기장을 관리하는 데 스프링클러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경기 전까지 멀쩡했던 스프링클러가 왜 하필 하프타임 때 작동되는지, 성남 진영에만 물이 뿌려졌는지에 대한 답은 전혀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상황은 또 있었다. 후반 15분 성남 주장 김영철이 포항 남궁도를 걷어차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경기가 또다시 지연됐다. 다시 한번 선수들을 불러들인 김학범 감독은 “우리가 지라고 하는 데 왜 경기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포항선수들도 반칙을 범했는데 경고를 주지 않는 등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결국 김 감독도 윤석빈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고, 벤치를 떠났다. 성남 관계자는 “퇴장까지는 너무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종 스코어는 포항의 승부차기 승리. 그러나 승자는 없었다. 성남전 우위를 점한 포항이나 ‘징크스’에 또다시 운 성남이나 모두 패자였다. 경기를 앞두고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K리그 플레이오프에는 외국 심판이 왔으면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한 축구인은 “어느 누구도 그런 경기를 매끄럽게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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