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을말하다]이용일전쌍방울부회장의추억

입력 2008-11-0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꼴찌에열정가질사람김성근밖에더있나
난 별다른 얘기가 없는데. 김성근이를 내가 쌍방울 감독(1996-99년 7월)으로 앉힌 건 꼴찌를 애정과 열성으로 최선 다해 키우는데 그만한 지도자가 없었지. 취임하자마자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잖아. 팀을 어떻게든 이끌어 나가더라고. 김성근이를 처음 안 건 한참 전이야. 아마추어 때, 기업은행에서 선수할 때니까 40년도 더 됐지. 그때 나는 회사를 경영했는데 공장이 군산에 있었어. 그 지역 초중고 야구부를 후원했는데 군산상고가 1974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부산고 상대로 9회말 역전 우승을 해내서 ‘역전의 명수’ 소릴 들을 때가 그때야. 그 열기가 전남으로, 전국으로 퍼졌고 프로야구 출범으로 이어졌지. 요새 달러로 환산하면 GNP 2만 불은 돼야 프로스포츠가 되는 건데 81년에 1000몇 불이었을 때였으니까. 김성근이 68년 기업은행에서 은퇴했을 때 원래 내가 군산상고로 데려가려 했었어. 그런데 어쩌다 마산상고로 가고 김성근과 절친했던 최관수가 군산상고로 왔지. 어떻게 쌍방울 감독으로 데려왔냐고? 나하고 김성근 사이는 납득 가는데 안 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 때 쌍방울이 침체였잖아. 원정에 가도 손님이 없어. 쌍방울 때문에 프로야구가 주저앉은 것 같아 구단 프런트로서 죄인 된 기분이더라고. 그때 김성근이 해태 2군 감독할 땐데 이런 말 하면서 ‘도와다오’라고 했지. 돈 많은 팀에서 감독하면 오라고도 못했지만. 김성근이 어디 2군 감독 할 사람인가. 그때 김 감독 데려온 거 지금도 후회 안 하냐고? 그럼. 그때 일본 주간지와 신문에서도 김성근 영입은 이용일의 작품이라고 썼어. 꼴등 팀을 2위까지 올려놨는데. 그러고서 IMF 맞았을 때 다투지 않았냐고? 모회사가 망했는데 거기다 대고 요구하는 사람은 아니야. 말 하면 뭐하겠어? 98년에 박경완을 현대에 팔아먹고 그걸로 1년 운영비를 댔지. 나도 모르게 모기업하고 사장, 단장이 저질러 버린 거야. 그리고 내가 99년 2월에 관뒀는데 김성근도 곧 그만둘 것이란 예감이 들었어. 실제로 99년 올스타전 때 관뒀지. 만약 IMF가 오지 않았다면 김성근이 쌍방울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했을 거야. 그때 그만두면서 ‘쌍방울을 팔라’고 KBO에 얘기했는데 이상국(전 KBO 사무총장)이가 열심히 해줘서 SK가 인수했지. 그 SK란 팀에 김성근이 감독 가서 한국시리즈 두 번 우승하고. 박경완도 그 팀에 있잖아. 재미있어, 세상은. 세상사 돌고 도는 것이야.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