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배용준도망가뜨린‘스타굴욕’시대

입력 2008-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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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통령’으로 칭송받는 천하의 서태지가 앳된 소녀에게 ‘누구시냐’고 무시당한다. 최다음판판매 기네스북 소유자이자 특유의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 김건모는 노래 중 음이 틀리는 속칭 ‘삑사리’로 망신을 당한다. KTF ‘서태지의 쇼’편과 SKT ‘깜상건모’편에서 당대의 스타 서태지와 김건모는 서슴없이 망가졌다. 김건모는 오랜만에 광고에 직접 출연해 ‘SKT-되고송’ 속 “어머나 인터넷∼”을 부르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실수를 하며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광고에서 스타들의 ‘굴욕’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다. 서태지, 김건모에 이어 심지어 한류 간판스타 배용준도 ‘스타 굴욕’에 동참했다. 평소 사진 포즈 하나, 인터뷰 멘트 하나에도 완벽함을 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평소 노래 실력을 그대로 공개한 것. 배용준은 화장품 브랜드 ‘페이스샵’ 광고에서 CM송을 열심히 연습한다. 음정을 여러 번 잡는 연습 끝에 마지막에 겨우 완성된 CM송. 하지만 의도와 달리 끝 음에서 살짝 어긋나고 불안정한 음색이 입에서 흘러 나오자 혼자 머쓱한 웃음을 터뜨린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장미희와 ‘은초딩’ 은지원도 LG텔레콤과 대교 광고에서 ‘스타 굴욕’ 시리즈를 이어갔다. 장미희 외 4명의 연예인은 LGT ‘오주상사’의 ‘회의는 영어로’편에서 영어로 굴욕당한다. 오달수 차장, 유해진 과장, 이문식 대리는 짧은 영어 실력으로 진땀을 흘리고, 이민기 사원은 몰래 핸드폰으로 쉬운 단어를 검색한다. 이 어설픈 분위기를 정리하는 장미희 부장의 야무진 한마디. ‘피니시∼.’ 곧바로 옆에서는 ‘브라보’ 함성이 터진다. 한편 은지원은 광고에서 어린 동생에게 “공부벌레, 공부가 그렇게 좋으면 공부랑 살지 왜 우리랑 살어?”라고 악쓰다 걸레질 중이던 엄마가 발로 찬 문에 모습이 가려져 버린다. 이처럼 어깨에 힘을 뺀 스타들의 굴욕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며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신비주의’로 꽁꽁 싸맸던 스타들이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추며 엉뚱하고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SBS ‘패밀리가 떴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KBS2 ‘1박2일’ 등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인기를 모으는 스타의 흐트러지고 인간적인 모습이 광고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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