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진출앞둔이혜천의치밀한준비

입력 2008-11-19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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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일본 구단과 입단 협상을 벌이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자유계약선수(FA) 이혜천(29)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고 밝았다. 올 시즌을 마친 뒤 FA선수 자격을 얻은 그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야쿠르트 스왈로스 등 여러 구단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아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본격적인 입단 교섭을 위해 19일 출국하는 이혜천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한 획을 긋는 거사(巨事)를 앞두고도 전혀 긴장감 없는 모습이었다.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고 지나가던 일반인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다소 쑥스러운 듯 얼굴이 상기된 듯 했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을 술술 풀어놓아 오히려 약간의 긴장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가운데 이혜천은 취재진들에게 그 동안 일본 진출에 앞서 자신이 준비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놓고 여유를 즐겼다. 가장 먼저 그가 밝힌 대비책은 다수의 일본 프로야구 CD. "아는 동생이 만들어준 일본 프로야구 CD를 보고 일본타자들을 연구했다"고 운을 뗀 이혜천은 "일본이 데이터 야구로 유명하니까 나도 공부 좀 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혜천은 분석 결과 알아낸 것이 있었던 듯 "공을 스트라이크존 양 사이드로 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질을 다양하게 하고 볼 스피드도 높일 것"이라는 대비책을 제시했다. 이혜천의 분석 결과 일본 타자들은 가운데로 오는 공에 특히 강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 양 측면을 공략할 구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이혜천은 기존의 슬라이더 이외에 서클 체인지업 등을 추가적으로 장착, 정교한 일본 타자들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평균 구속이 144~145km인 것보다 148~149km가 낫지 않겠냐"며 자신의 구속을 끌어올려 일본 타자들을 요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이혜천이 밝힌 준비 사항은 투구폼의 조정. "일본타자들이 왼손, 그것도 정통파 투수에 약했다"고 밝힌 그는 "지금보다 약간 팔의 각도를 높여 던지겠다"고 말했다. 스리쿼터인 자신의 투구폼을 좀 더 정통파에 가깝게 해 일본 타자들의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출국을 앞둔 이혜천은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인 것마냥 자신의 모든 것을 풀어내고 일본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런 이혜천의 모습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과거 중국의 병법가인 손자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던 것처럼 이혜천은 자신의 장단과 상대의 장단을 파악해 열도 정벌을 노리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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