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폭격기’칼라영입‘007작전’

입력 2008-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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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숨겨진이야기공개
한 세트에 연달아 4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는 파괴력, 2m15cm의 장신을 앞에 두고도 자유롭게 강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탄력. 요스레이더 칼라(24·대한항공)의 기량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쿠바 출신 외국인선수로 기록된 칼라의 영입은 어지간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했다는 후문이다. 칼라는 쿠바대표팀 레프트로 활약하다가 2004년 미국으로 망명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7년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로 전향했지만 망명자 신분인 탓에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뛸 수밖에 없었다. 칼라가 외국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서는 미국 시민권이 필요한데, 이는 망명 후 최소 5년 이상이 지나야 발급된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일찌감치 눈여겨봤지만 국적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역시 2007년, 칼라와 입단 계약을 맺고도 시민권이 없어 다시 푸에르토리코 리그에 임대를 보냈다. 대한항공이 칼라 영입을 결정한 것은 올림픽 직후인 8월경. 원 소속 구단인 올림피아코스에 이적료를 지불해 소유권을 획득하고, 칼라와도 입단 계약을 맺었지만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민권이 문제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때, 미 이민국에 재입국허가서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한항공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자사의 미국 내 네트워크를 총동원했고, 정통한 이민변호사를 통해 미 이민국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완강하던 미 이민국의 태도가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신청 후 7-8개월이 걸려야 나오는 임시출입증을 한 달 만에 초스피드로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절차를 마치고 칼라가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게 11월 18일. 칼라는 동료들과 발을 맞춘 지 고작 5일 만에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 영입한 만큼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스럽게도 기량 뿐 아니라 머리도 영리해 곧잘 한국말을 따라하는 등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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