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아우야! 2차전서꼭날아볼게”

입력 2008-1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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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형, 이번에는 아파서 못 나오는 거야?” “준아, 형 일요일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마.” 수원의 새내기 미드필더 박현범(21·사진)의 별명은 이름 끝 자를 딴 ‘범’입니다. 얼마 전부터 축구를 시작한 막내 동생 현준(11)에게 열살 위 맏형은 늘 자랑스런 존재입니다. 작년 말 K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수원 유니폼을 입은 것도 모자라 올 시즌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급으로 자리매김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니 안 그렇겠어요. 하지만 현준이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울과의 챔피언결정전에 형이 출전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얼마 전 들었습니다. 연습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챔프 1차전 명단에 아예 들지도 못했거든요. 속상해하는 동생에게 박현범은 “괜찮아. 큰 부상 아니니까 2차전에는 나올 수 있을 거야”라고 위로했지만, 본인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박현범은 볼을 예쁘게 차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때로 ‘너무 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학창시절부터 단 한 번도 병원 신세를 져 본 적이 없답니다. 후반기 허리 디스크로 몇 경기를 잠시 쉬었던 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잘 치러오다가 가장 중요하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챔프전을 목전에 두고 난생 처음 부상을 당했으니 그 심정이 어떻겠어요. 더구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활약이 성에 차지 못한 터라 이번 챔프전을 통해 자신이 올 시즌 최고 신인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더 마음에 걸린답니다. 박현범은 “프로는 아마추어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 관리에 더 철저해야한다는 사실을 느낀 것도 좋은 경험이다”며 “남은 기간 잘 회복해서 챔프 2차전 때는 꼭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가 프로데뷔 첫 해에 우승과 신인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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