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이제는말할수있다]②여배우노출취재뒷이야기

입력 2008-1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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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엔말렸고김민선엔밀렸다
“원작소설엔 야한 내용도 많이 있잖아요. 혹시 이번 영화에서….” 질문을 던지며 어쩔 수 없는 민망함을 느꼈다. 사실 “혹시 과감한 노출 연기도 하셨습니까?”라고 좀 더 정확하게 물어봤어야 했다. 하지만 30대 남자가 20대 꽃다운 여배우에게 노출 연기에 관해 질문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군다나 상대는 당대 최고미녀라 꼽히는 손예진. 영화담당 기자의 직업적 사명감(?)으로서, 아니 솔직히 말해 다른 기자들도 다 물어볼 것 같아 피할 수 없었다. 손예진은 “아니에요. 원작소설처럼 대사가 더 야해요. 그래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왔어요”라고 친절하게 답했다. 며칠 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미 데스크에는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 과감한 베드신이나 노출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한 상태였다. 드디어 시작된 영화. 말 그대로 숨막히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이야! 과감하다”, “영화 터지겠는데”. 그랬다. 손예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파격적인 베드신을 연기했다. 대역이 의심될 정도였다. 조명의 명암에 가린 탓에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지만 정상급 여배우가 이 정도로 과감한 베드신을 연기한 건 최근 들어 처음이다. 그리고 손예진의 파격적인 연기는 그 다음날 1면을 장식했고 영화도 큰 성공을 거뒀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정확하게 질문하지 못한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손예진은 정확한 대답을 해줬다. 파격적인 베드신은 있었지만 파격적인 노출은 없었다. 구체적으로 물어봤다면 역시 솔직하게 답해줬을 그녀였다. 극장을 나오며 스스로 다짐했다. ‘일 때문인 만큼 앞으로 절대 민망해하지 말자!’ 하지만 똑같은 상황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미인도’ 시사회를 1주일 앞두고 마주한 김민선. 이미 영화를 위해 아낌없는 노출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한 쪽에서는 ‘색, 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는 말까지 돌았다. 김민선과는 말도 잘 통했다. 저녁을 함께 하며 이것저것 영화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제 노출에 대한 말을 꺼내야 할 때. 얼마 전 다짐을 생각하며 술잔을 연거푸 기울인 끝에 용기를 냈다. 그때 동석했던 영화사 직원이 끼어든다. “요즘 너무 영화의 노출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속상하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원망스러웠지만 꼭 확인하고 물어봐야 했다. 또 다시 술을 한 잔 들이킨 뒤 말을 꺼내려는 순간 김민선이 먼저 말했다. “노출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김민선은 격정적인 베드신을 연기했고 당연히 필요한 노출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림 때문에 남성으로 위장해 살아온 신윤복이 감춰진 여성을 깨닫는 장면이기 때문에 망설임이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솔직한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녀들의 용기 있는 선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함 때문에 민망함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스스로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또 다시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이 있다는 영화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쌍화점’도 그렇고, ‘박쥐’도 그렇다고 한다. 스스로 다짐도 했고 깨달음도 있었지만 과연 민망함 없이 배우들을 마주할 수 있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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