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산 ‘지구가 멈추는 날’이 블록버스터급 통속극을 선사한다. 스펙터클한 규모에 멜로, 가족애등 뻔한 장치들을 넣어 어이 없게 만드는 영화다. 인류에게 전하려 한 교훈적 메시지는 설득력 부족으로 겉돌기만 한다. 지구 파괴를 일삼는 인류를 벌하기 위해 초능력 외계인이 강림하셨다. 눈 감고 찌릿찌릿 하면 인간들이 나자빠지고, 손으로 기를 불어 넣으면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도 있는 외계인이다. 외계 물체를 무찌르려고 전투기 수십 대를 띄워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와 외계인 1개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보다도 싱겁다. 화살을 맞으면 꿈쩍이라도 하는 킹콩과 달리 사람 형상의 외계생명체는 전지전능 울트라맨이다. 인간은 결국 외계인을 물리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비는 일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세요. 살려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구하면 외계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선량한 인간의 본성을 깨닫는 외계인의 아량은 ‘지구가 멈추는날’을 ‘어이가 멈추는 날’로 만들어버린다. 인류 멸망을 계획한 외계인의 마음을 돌린 여성 과학자의 고군분투에서는 도무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관객들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한 인간애다. 그런데 키아누 리브스 에일리언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들, 선량한 것 알겠어.” 새엄마를 아줌마라고 부르며 쌀쌀맞게 대하던 꼬마가 진심을 깨닫는 과정은 정형화된 신파극으로 표현된다. 명절 특집 드라마용 이야기를 할리우드 액션을 통해 슬프지 않게 표현해낸다. 괴물급 외계 생명체가 인간 여성을 만나면서 사랑의 가치를 일깨운다는 구성은 정형화된 SF멜로의 특성을 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짬뽕해서 보여주려다 이도저도 전하지 못하고 말았다. 긴장감 없고, 설득력 부족한 전개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결말이 뻔히 보이는 캐릭터를 삽입, 당치도 않는 통속극을 만들었다. 수백억 제작비에 스펙터클한 컴퓨터 그래픽, 블록버스터급 영상에 3류 스토리를 삽입한 모양새다. 현지에서도 ‘지구가 멈추는날’은 외면 받고 있다. 영화 비평 정보를 제공하는 ‘로튼토마토’ 분석에서 비평가들의 78%가 이 영화를 비난했다. “지구 환경의 재앙을 말하는 영화가 영화적 쓰레기가 됐다”(툴사월드), “영화는 원작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그리고 이후 57년간 우리 인간이 더 발전한 것이 없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토론토스타), “근래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재앙적인 해에 등장한 최악의 메이저 영화임에 틀림없다”(타임), “고질라 리메이크 이후 1950년대 SF영화를 리메이크한 최악의 영화다”(휴스턴 크로니컬), “메시지 영화로 설교는 많은데 별로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액션 영화로 치고받는 장면은 많은데 재미는 없다”(글로브앤메일)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