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희망2009]돈마른충무로에투자단비를…

입력 2008-1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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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말도, 탈도 많았습니다. 오랜 불황과 침체의 늪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우울한 소식만이 가득한 듯 보였던 2008 연예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울려온 기쁨과 희망의 뉴스들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연예계는 대중과 호흡하며 눈물과 웃음을 가져다주었던 듯합니다. 이제 새로운 또 한 해를 맞습니다. 부디 2009년에는 희망과 기쁨의 소식만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스포츠동아가 새해 연예계에 몇 가지 바람을 두 차례에 걸쳐 전해봅니다. 최근 충무로에 “재미있다”고 소문난 한 편의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이미 감독과 배우 캐스팅을 마친 뒤였을 만큼 시나리오는 많은 기대를 모아왔습니다.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인 제작사는 국내 유명 투자사들에 투자 의뢰를 하며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투자사 담당자들은 시나리오의 흥미로움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투자에는 머뭇거렸습니다. 제작자는 “금융권 대출이라도 받아야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회사를 꾸려갈 자금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결국 한 투자사가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키로 했고 제작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투자사는 예전처럼 자금이 풍족하지 못했지만 위험부담을 안고서 이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제작비의 절반 밖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도 자금이 풍족하지 못한 때문이었고 투자사는 이에 대해 제작사의 양해를 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반토막’ 투자, 즉 어떤 기획이든 제작비의 50%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제작사가 알아서 조달하는 유력 투자사들의 내부 방침과는 조금 다른 것이지요. 이미 다른 투자사들이 어느 한 투자사가 메인 투자자로 나선다면 어느 정도 투자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해왔던 터여서 이 제작사는 나머지 제작비를 조달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관객은 이렇게 해서 아마도 내년에 또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만나게 될 듯합니다. 어떤 사업이든 투자에는 늘 위험부담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투자를 하는 쪽에서는 그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투자 결정을 하겠지요. 지난해 한국영화 투자수익율이 -40.53%, 전체 손실 규모 1818억원으로 2001년 이후 최저치였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가 있습니다. 그 만큼 투자사들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여러 가지 고육책들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 투자사들이 보여주는 현재 모습은 그 위험부담의 최소화라는 게 그저 지나친 몸 사리기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영화계의 여러 가지 구조 안에서 위험부담을 가장 크게 안는 쪽은 아무래도 제작 당사자들일 겁니다. 직접적으로는 제작사라는 말이지요. 요즘 충무로 관계자들, 특히 제작사들로부터 “영화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말을 듣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영화가 오래 침체에 빠진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작사들은 제작비의 합리적인 운용이라는 측면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며 더욱 신선한 기획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사들이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작사가 제작비 규모에 걸맞는 기획과 운용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투자사들 역시 그 토대를 마련해줄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P.S. 최근 한 중견 영화 관계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1990년대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그는 40대 후반에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관계자들은 그가 외화 수입과 배급업에 뛰어들어 좋은 영화를 관객 앞에 선보여왔지만 영화산업의 침체와 불황 속에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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