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희망인터뷰]배우정진영이전하는‘오뚝이메시지’

입력 2009-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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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는 스포츠동아와 가진 신년 인터뷰(1월1일자)에서 “더 꿈을 꾸는 건 과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또 “절망하는 사람에겐 희망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절망과 희망 그리고 꿈 사이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섣부른 꿈보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아 달려가는 그래서 그 희망이 진정한 꿈이라는 말일 테지요. 이순재에 이어 오늘은 배우 정진영이 새해 스포츠동아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자신의 젊은 가난을 유쾌하게 돌아볼 줄 아는 정진영의 진심에서 희망을 엿보시는 건 어떨까요. 008년을 이틀 남겨뒀던 12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창 밖으로 저녁해가 기울며 노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강을 따라 노을 지는 풍경이 꽤나 그럴 듯해 보이는 이 곳에 배우 정진영의 ‘공부방’이 있다. 2008년 3월 “쟁이들이 바글바글한” 이 곳에 매달 45만원을 내는 월세를 얻었다. 오로지 “잘 쉬기 위해서”이다. “배우는 잘 쉬어야 한다. 술만 먹고 놀면 마음이 황폐해진다. 어떻게 자신을 재충전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쉬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 원칙이라는 걸 정해놓고 살았는데 나이가 조금씩 들수록 그렇게 사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그래도 계획이란 게 있지 않나. “살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고, 그 때 그 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오늘을 열심히 살면 내일이 만들어진다. 자꾸 내일만 생각하면 오늘과 어제가 삐친다.”(웃음) - 목표도 없나. “그런 말 잘 안 쓰려 한다. 목표에 다 사장되고 희생된다. 목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과정과 인생을 아까워하게 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가령 순천으로 간다고 하자. 순천에만 가는 거라면 가장 빠른 길로 가면 된다. 하지만 가는 길을 즐긴다면 돌아서도 가고, 가다가 막걸리도 마시고 하는 거다. 길이 중요하고 우리에겐 그게 인생이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 후회해본 적도 없나. (단호하게)“안 한다. 반성은 하지. 후회하면 뭘 하나? 모든 일이 잘 풀릴 수가 있나? 그런 인생은 없는 것 같다.” ○배우 출연료 많이 올랐다…낮아져야 하는 것도 맞다 연기를 시작한 지 21년째를 맞는 그는 한때 문화운동을 통한 사회변혁을 꿈꿨다. 그의 첫 기성 무대도 1988년 극단 한강의 노동극 ‘대결’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그는 가난했다. 10년 동안 밥먹게 해준 건 영화였다. 1998년 출연작인 영화 ‘약속’이 개봉하면서 아들을 얻었다. 그는 아들을 ‘약속둥이’로 부른다. - ‘약속둥이’ 때문에 밥벌이로 연기를 시작했다. 평생의 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 “지금은 평생 하고 싶지. 그 때는 몰랐다. 연기는 대학에서 서클 활동으로 시작했는데 직업으로 받아들인 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약속’ 때부터다. 운 좋게 배우 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있고 경제적 안정도 얻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날 다그치려 한다. 그래서 이런 공부방도 만들었다.” - 연극으로 데뷔했는데. “연기로 먹고 살겠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오늘을 살기 힘들었다. 미래가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열정만으로 무대에 올랐다.” - 먹고 살기 힘들었겠다. “총각 때는 돈 없는 게 서럽지 않았다. 돈이 필요한 이유도 없었다. 결혼 후에도 서럽지 않았다. 결혼하며 경험한 어려움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 출연료는 얼마나 받나. “많이 받는다. 하하하! 배우 출연료가 사실 많이 올랐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어렵다면 낮아져야 하는 것도 맞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 알맞은 시스템과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 직업으로서 배우는 어떤가. “연기는 항상 관객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그 평가 때문에 사는 게 아닐까? 생계수단만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명예를 얻기 위한 직업이다. 지금까지 쥐뿔도 없으면서 많이 골랐다. 그래도 필모그래프를 보면 부끄러운 작품은 없는 것 같다.” - 최근 KBS 2TV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마쳤다. 힘들지는 않았나. “일하는데 당연히 힘들어야지. 연기를 그렇게 오래 했으면 눈감고도 하겠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그 정도면 그만둬야지. 일은 어려워야 한다. 드라마는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정말 놀라운 건 일하는 양반들이 너무 열심히 한다는 거였다. 잠을 안 자더라고. 잠을 안 자고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일할까? 자극 안 받을 수가 없다. 즐거운 7개월이었다.” ○코디? 그런거 없다 양복 한벌로 관혼상제·시상식 다 치렀다 정진영은 그 ‘즐거운 작업’으로 12월31일 2008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인터뷰를 하던 날은 시상식 전날이어서 그는 수상 여부를 알지 못했다. 단지 시상식에 초대받았으니 “가야지”라고 말했다. “상은 못 타도 좋다. 현장 스태프가 좋아하는 배우가 최고다. 나이 먹을수록 현장에서 낄낄대며 친근해져야 한다. 나이 많은 선배가 입 다물면 무거워진다.” 그는 매니저도, 코디네이터도 없이 2008년 “양복 한 벌로 관혼상제, 시상식을 다 했다”. “배우가 패션모델이 아닌데 왜 멋지게 옷을 입어야 할까? 스스로 되묻기도 한다. 그게 예의라면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잘 모르겠다. 내가 좀 후지게 입기는 한다. 하하하!”라며 웃는다. -새해 초 계획과 소망이 있다면. “어머니와 장모님 모시고 변산반도로 여행을 가려 한다. 소망? 아직 생각 못했는데, 잘 정리하고 정비하며 다지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관성의 지배를 받는데 자꾸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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