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메시지로본구단표정]김응룡사장“우∼,열심히합시다”끝!

입력 2009-0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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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2등해도 안 알아줘…온리 우승” 한화 “전력보강 없이 알아서 잘해라?” 새해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어도 장밋빛 희망만 얘기하는 시간이기에 연초는 새롭다. 프로야구 구단은 숙명적으로 1위부터 8위까지 그 실적이 확연히 갈라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렇기에 뚜껑이 열리기 전인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다. 가난한 살림도, 빈약한 전력도 포부만큼은 초라하지 않을 터. 주요 구단 시무식의 사장단 연설을 통해 2009년을 맞는 처지와 비전을 읽어본다. ○격세지감: 삼성-히어로즈 역시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지만 부자 찍히면 당장 운신이 어렵나보다. 삼성 김응룡 사장의 시무식 연설은 ‘유구무언’으로 요약된다. 구단 직원들이 신년사를 준비했지만 막상 단상에 올라선 한 줄도 읽지 않고, “우∼. 열심히 합시다” 한마디만 하고 끝냈다. 그냥 납작 엎드려 되도록 튀지 않는 게 올해 삼성에선 미덕이란 메시지? 반면 히어로즈는 바깥에서 보기엔 시차적응이 안 될 지경이다. 이 불황기에 선수단과 프런트의 연봉이 파격 상승,‘이 시대의 부자구단’이란 수식어까지 얻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장석 대표의 신년사는 긍정의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이 대표는“메인 스폰서가 확정되지 않아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5년 후 10년 후의 장기 성공 구단을 그리고 있다”란 청사진을 부각시켰다. 사람이 공중전화는 아니겠지만 돈이 흐르자 냉소주의에 젖어 있던 프런트의 무기력증도 상당히 치유된 분위기. ○동상이몽: SK-두산 두산 김진 사장의 신년사는 자못 비장하다. “2년간 2등을 해봤는데 아무도 안 알아주더라.” ‘only 우승’의 결의가 듬뿍 묻어난다. 그럴수록 2년 내리 우승을 가로채간 SK가 눈엣가시로 비칠 터. 3년 연속 난투극 예고? SK 신영철 사장은 ‘침팬지론’으로 새해 화두를 던졌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98.77% 일치한다. 나머지 1.23%의 차이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꿈과 목표”라고 역설했다. 신 사장은 이미 그룹에 한국시리즈 3연패를 공약했다. 나아가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챔피언과 아시아시리즈 우승으로 ‘왕조의 태조’로 등극하겠단 야망? ○일석이조: LG-한화 LG 안성덕 사장은 “그룹의 핵심 가치인‘고객’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임하자”고 연설했다. 꼴찌로 몰락했어도 감사 광고를 냈던 전례와 이어진 ‘LG는 사랑’이란 메시지를 통해 팬에겐 감동, 선수들에겐 염치를 압박하는 양수겸장의 포석? 한화는 관례대로 김승연 회장의 신년사를 이경재 사장이 대독하는 방식으로 신년사를 냈다. 큰 생각이 큰일을 이룬다는 대사대성(大思大成), 자기희생, great challenge 2011(2011년까지 글로벌 한화 완성) 등 다소 형이상학적인 메시지가 하달됐다. 풀이하면 ‘어려운 경제 여건을 잘 헤쳐 나가자’는 의미라고. 더 풀어쓰면 ‘전력보강 없이 알아서 잘하라’는 뜻?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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