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에서도 계속되는 도전, ‘강타’
“건방져질 나이에 가장 중요한 겸손을 배웠어요. 주변 사람들과 일들이 당연해지고, 무대 위에 서는 게 당연해지고… 여기선 그런 모든 게 소중해지죠. 뮤지컬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이고… 밖에서 자유롭게 창의적인 걸 만들어서 무대에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모든 게 통제되어 있어도, 군인으로서 문화를 전파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감수합니다.”
강타는 초지일관 겸손했다. 어떤 질문이든 자신의 변화된 심경을 풍부한 단어들로 전달하려는 욕구 또한 강했다. 서른하나 강타는 군대에서 인생의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사회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을 뮤지컬을 군인이기에 기회를 얻었다. 오랫동안 가요를 불러온 탓에 연기를 할 때는 주인공 은호의 모습이다가도 노래만 부르면 도로 강타가 됐다. 이번 앙코르 때는 일관된 은호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타는 요사이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게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군대에서 “굉장히 어려진 것 같다”고 했다. 20대 때는 도리어 나이가 많게 느껴져 전전긍긍했지만 지금은 성격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나이 때문에 도전하지 못한 것도 이제는 새로운 게 더 많이 보이고, 제대하면 뭘 해야지 하는 것도 보인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많이 했다. 뮤지컬 ‘마인’의 세 주인공을 순정만화의 뿌리인 ‘캔디 캔디’에 나오는 남자들에 굳이 비유하자면 강타는 ‘안소니’였다. 한결같이 부드럽고 친절하며, 섬세한 분위기를 풍겼다.
같은 동료인 양동근은 ‘스테아’, 재희는 ‘아치’ 같았다. 장미를 사랑하는 안소니는 정제된 말투의 귀공자 스타일이며, 멋스러운 아치는 장난 끼가 가득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캐릭터다. 발명을 좋아하는 스테아는 자기 세계가 뚜렷해 남과 섞일 것 같지 않지만, 오히려 특유의 멋으로 주변을 잘 이끈다.
○ 현재에 충실한 배우, ‘재희’
“뭔가 배우면서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파견 부대지만 이런 게 많아졌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입대할 때 나름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재희는 뮤지컬에 2차 멤버로 합류했다. 1차 공연을 DVD로 본 후 초연 멤버들의 실력에 깜짝 놀란 뒤 열심히 노력 중이다. “형들 등에 업혀서 쫄래쫄래 따라가는 심정”이라고도 했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공연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인’의 장점으로 여겼다.
재희는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지만, 얼굴이 굉장히 동안이다.
“주변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선을 긋는 게 싫어요. 가령 빨간 바지가 입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선을 그어 버리면 그 선은 불필요한 선이거든요.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저는 종종 나이를 잊어버려요.”
재희의 이 말에 양동근은 “네가 동안이니깐, 아직 빅뱅의 스키니 진이 어울리니까 그렇지”라고 핀잔했고, 강타는 “빨리 대답하기 싫은 거겠지”라며 웃었다.
재희의 얼굴은 뮤지컬 부대의 평균 연령인 이십대 초중반과 별반 차이가 없다. “거울 보면 배우로서 속이 상한다”는 그이지만 마인을 통해 재희의 다채로운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영화 ‘빈집’, ‘싸움의 기술’의 어둡고 엉뚱한 모습에서 드라마 ‘쾌걸춘향’의 경쾌한 모습까지 뮤지컬 ‘마인’에서도 십분 드러난다.
재희는 강타와 싸우는 반항적인 댄서 역을 맡았다. 양동근의 말대로 스키니진을 입고 등장하기도 하고, 짧은 군인 머리를 위로 쓸어 올려 독수리 머리깃털 같은 헤어스타일도 선보인다.
마인은 군인 재희와 배우 재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