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뮤지컬신고③]군뮤지컬‘마인’의양동근·강타·재희면회간날

입력 2009-01-28 09: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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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새벽 2시 - 뮤지컬 인터뷰를 앞두고, 각 배우들의 대표작들을 띄엄띄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양동근의 MBC ‘네 멋대로 해라’(2002), 재희의 KBS ‘쾌걸 춘향’(2005), 강타의 KBS ‘러브홀릭’(2005) 등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표작을 훑어보며 드라마 마니아로서 이들을 만나게 된 영광을 미리 만끽했다. 각각의 작품이 방영될 당시의 추억에 빠진 채로, 한편으로 배우이자 군인으로서의 주인공들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MP3에는 강타가 ‘꽃보다 남자’의 원조 F4 대만배우 오건호와 활동하던 시절 듀엣곡과 HOT 인기가 하늘로 치솟던 때의 곡, 양동근 노래 중 아끼는 힙합송을 새로 담았다. 양동근 개인홈페이지에 공개된 쥬크박스에 들어가 다른 여러 곡도 MP3에 넣고 인터뷰를 기다렸다. 셋은 과연 어떤 색채일까? 작품이 아닌 ‘실제’에서 말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 1월 22일 오전 11시 -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겨울치고는 제법 따뜻했으나 하늘은 뿌옇게 흐린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잠실대교를 건너 분당선 장지역 1번 출구에 내리자 3.5톤 군대 트럭이 기다리고 있었다. 뮤지컬 부대 신현묵 중위가 운전병과 함께 마중을 나왔다. 그에게 작품 정보를 들으며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널따란 운동장이 있는 넓은 부지 안 쪽 오른편에 작은 건물이 있었다. 뮤지컬 부대 군인들이 일하고 잠자는 생활관(구 내무실)이라고 했다. 부대원들은 각기 다른 부대에서 차출된 상태라서,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임시로 성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건물 안 창고 분위기의 장소로 들어갔다. 한 쪽 벽면으로는 컴퓨터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속옷부터 겉옷까지 갖가지 군인 빨랫감들이 쌓여있었다. 위쪽에는 가로로 기다란 창문이 있었는데, 빛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곳에 주인공들의 자리를 마련했다. 학창시절 교실책상 같은 긴 탁자를 앞에 두고 뮤지컬 ‘마인’의 주인공들을 기다렸다. ◆ 1월 22일 오전 11시 30분 - 군복을 반듯하게 걸친 강타, 재희, 양동근이 면회실(?)로 들어왔다. 셋을 보자마자 20대 초중반, 친구들 군대 면회 갔던 과거 풍경이 오버랩 됐다. 겉으로는 세 명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마음 안으로는 계속 군대와 관련해 고민하던 옛 친구들의 대화내용, 그들의 면회, 휴가, 제대 장면이 겹겹이 떠올랐다. 퀭하지만 강한 눈동자(재희), 목덜미까지 빨갛게 그을린 피부(강타), 경직된 표정과 왠지 씁쓸한 웃음 (양동근)… 한 순간 “아! 이들은 오늘 스타이기보다 군인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며 인터뷰가 진행됐다. 군대 간 친구가 면회 나왔을 때 느낌은 이렇다. 달라진 것 같은 친구의 모습이 낯설다가도 금세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친구의 매력은 그대로 살아있구나. 변하지 않았어”라는 자기 위안을 하게 된다. 스타들을 면회하는 기분은 남다를 줄 알았지만, 친구들을 보던 추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 주인공의 나이가 또래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셋은 처음에 딱딱한 군인의 모습이 역력했고, “이런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다”거나 “오해받을 것 같다”는 등 말을 피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고, 시간이 점차 흐르며 금세 많은 위험한(?) 얘깃거리를 쏟아냈다. 소위 ‘갈굼’과 각종 불만, 힘든 점, 하지만 군대 안에서 쌓아온 ‘자기 고민’, ‘직업적 정체성’, 다시 사회에 나설 때의 ‘포부’ 등을 이래저래 들려줬다. 군인이지만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아니 어쩌면 군인이기에 더 진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줬는지도 모르겠다. 금세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말들을 셋 다 던지고 있었다. 인터뷰 중반이 지나며 셋이 자유롭게 얘기할 때는 TV 리얼리티 토크쇼처럼 편안했다. 특히 양동근이 얘기 중에 사용한 은어 “OO”를 듣고, 강타와 재희가 자지러질 듯 웃는 것도 인간적이었다. 양동근이 ”앞머리 M자가 더 넓어진다”며 탈모에 대한 공포심을 늘어놓자, 이어서 곧바로 강타가 모자를 벗으며 “나는 이 쪽이…”라며 한숨을 푹 쉬어 안쓰럽게 했다. 양동근과 강타 팬들이 이 장면을 보면 얼마나 속상할까? 양동근은 “서른 되는 그 날, 안세병원 사거리 중앙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11시 59분 59초가 지나면서 바로 한숨을 쉬게 되더라. 나이엔 장사가 없다”고 말했다. 옆에서 재희는 “동근이 형을 20년 보았지만 형은 똑같은데 왜 늙었다고 걱정하느냐?”고 양동근을 위로하다 순간 “형! 우리 같이 젊어지자!”라며 양동근에게 덥석 안겨 둘이 얼마나 친한 지 한눈에 보였다. 오랜 기간 교육 받은 한류스타로서의 정제된 강타 이미지와 자유로운 힙합 정신으로 4차원, 5차원을 넘나들 것 같은 양동근의 이미지는 사실 전혀 매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실제로 동갑 친구로 친한 게 확연히 드러난다. 양동근에게 “사회에서 뮤지컬 제의를 받았다면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제의를 받아서 여기 재희가 들어왔어요” 등의 언어유희성 농담을 했다. 이 말을 세 번 하자, 강타는 “계속 하면 재미없다”고 놀리기도 하고, 양동근의 노래 솜씨가 갈수록 늘어간다며 칭찬도 했다. 양동근 역시 강타의 대답이 끝나면 “캬!~”, “말 잘 한다” 등 각종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재희는 “형들이… 이러해요”, “형! 형!” 하며 말하는 모습이 한 살 위인 두 형에게 동시에 귀여움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게 보였다. 세 명의 주인공은 지금 군대에서 군인과 뮤지컬 배우로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본분은 군인이지만,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여전한 배우이기도 하다. “바깥에서 요새 뮤지컬이 대세예요”라고 말하면 “아! 진짜요?”라며 의아한 듯 답했고, “군대 뮤지컬이라기에 재미없을 거란 편견이 있었어요”라고 하면 “진짜로 밖에서는 그랬냐?”며 놀라던 군인이었다. 셋은 군대 안에서 여전히 갖가지 미래 꿈을 꾸며 ‘마인’을 준비하고 있다. 재희는 인터뷰 말미에 “여태껏 인터뷰한 중에 이렇게 특이한 장소에서 한 건 처음이다”라며 웃었고, “동근이 형이 말한 거 크게 크게 써주세요!”라며 인터뷰실을 나갔다. 강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정돈된 이미지였다. (외모에 대한 걱정이 가득할 때를 제외하고는… ) 인터뷰를 하느라 점심을 못 먹었음에도 “괜찮다”고 말하며 “감사하다. 잘 부탁한다”는 등의 인사를 아끼지 않아, 겸손한 한류스타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양동근은 래퍼답게 어떤 말을 하더라도, 운율을 살리면서 답하고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혼자 수많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만남이 꽤 독특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배우였다. 특유의 양동근 억양으로 재미있는 말을 많이 던져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재희는 요새 뜨는 소위 ‘나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가끔은 칭얼대지만, 배우로서의 자의식이 굉장히 강한 줏대 있는 분위기로, 양면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착하지만 둔하지 않고, 깡이 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귀여운… 아슬아슬한 매력을 다분히 발휘하는 훈남 스타일이다. ◆ 1월 22일 오후 1시 - 뮤지컬 런쓰루(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것) 연습을 앞두고, 군인들은 모두 성남아트센터 건물로 이동했다. 군에서 점심을 거르고 인터뷰를 했던 양동근, 재희, 강타는 성남아트센터의 지하식당에서 끼니를 때웠다. 지하식당에서 아주머니들이 달려와 사인을 받으며 흡족해했다. 이곳 영양사는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났다며 다른 일반인들에게는 점심을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으나, 세 명 연예인에게는 점심밥을 제공했다. 함께 인터뷰를 조율하던 장교에게는 끝까지 밥을 주지 않았다. 세 명만 못 먹은 게 아니라, 장교도 분명 못 먹었는데, 규정상 식사 시간이 지났다고 거절했다. 영양사가 양동근, 강타, 재희 중 누군가의 팬이구나 싶었다. 장교는 분식점에서 핫도그와 커피를 샀다. 근엄하고 매우 정중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점심밥을 든 채 유유히 연습장으로 가버렸다. 알고 보니 그 역시 배우였다. 뮤지컬 연습이 시작되자, 갑자기 웃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딱딱한 군인은 불현듯 돌변했다. “앗! 저 사람도 배우구나” 하는 상황이 의외의 놀라움과 재미를 선사했다. 그는 박정훈 중위로 극 중에서 군인, 주유소 직원 등 1인 3역을 맡고 있다. 딱딱해 뵈는 군인이 느닷없이 비보잉을 하고, 연기를 하는 모습은 뮤지컬 ‘마인’의 특색이다. 배우들 역시 무대 위에서는 동료였다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 바로 본연의 계급으로 돌아간다. 성남종합행정학교까지 트럭으로 데려다줬던 신현묵 중위 역시 배우였다. 재희와 같은 ‘윤혁이’ 역을 맡아 반항적인 비보이 청년을 연기한다. 제대 후에도 배우가 꿈인 그는 사회가 아닌 군대에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고 한다. “다음에는 양동근, 강타, 재희가 아닌 자신을 인터뷰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성남 연습실 풍경은 매우 독특했다. 배우들은 굉장히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비보잉 장면이나, 군대 장면이 많은 까닭도 한 몫 했다. 연습실 정면에 앉아서 본 바람에 총구를 겨눈다거나 긴급 상황 장면은 더 실감나고 오싹했다. 배우들 실력은 3명의 연예인뿐만 아니라 모두 출중했다. 마지막 커튼콜 장면까지 흥겹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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